![]() |
지난 7일 서울의 대표적인 대학 밀집지역인 신촌의 한 스터디룸에서 건설사 취업준비생들이 모여 그룹스터디를 하고 있다. |
(아주경제 이혜림 기자)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건축가를 꿈꿔왔지만, 지금은 디벨로퍼(Developer) 쪽으로 구체화 시켜서 준비 중이에요. 젊었을 땐 국내·외 시공 현장을 발로 뛰며 경험하고, 경력을 쌓고 난 뒤에는 건축 전반을 총괄하는 개발사업자가 되고 싶습니다" (한양대 건축공학과 4학년 조하늘 씨)
최근 주요 건설사 신입사원 채용공고가 발표되기 시작하면서 취업준비생들도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발휘하기 위한 마지막 점검에 나서고 있다.
7일 오후 6시쯤 찾아간 서울 신촌의 한 스터디 룸. 신촌역 부근의 한 제과점 건물 4층에 위치한 스터디 카페는 저녁시간대 화려한 네온사인과 시끄러운 거리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조용하고 다소 허름했다.
이날 이곳에 모인 6명의 학생들은 각자 준비한 시사 상식을 자료를 가지고 토론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은 건설업계 취업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모인 취업 준비생들. 2개월 전부터 1일 3시간씩 주 2회에 걸쳐 최신 시사 상식 문제풀이·10대 건설사 기업분석·자기소개서 첨삭·면접 요령 등을 익히며 건설사 취업을 차근히 준비하고 있다.
자격증 1~2개는 기본, 이중 절반은 토익점수 900점 이상에 인턴경력도 있다. 해외 인력 충원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추세에 맞춰 영어회화나 토익 스터디를 병행하기도 한다.
이들이 건설사를 꿈꾸게 된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지난해 단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김현진(27)씨는 "어렸을 때 건물이 엄청난 무게를 버텨내는 것을 보고 신기해서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건축의 처음과 끝을 책임지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중"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건축공학을 전공한 이은영(25)씨도 "사람들이 더 아름다운 공간에서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생각을 토대로 어떤 건축가가 될지 목표를 구체화 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국내 건설경기 침체와 플랜트 인력 집중현상은 준비생들의 취업 문을 더 좁게 만들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손기정(27)씨는 "건축이나 토목을 전공한 학생들이 갈 수 있는 회사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요새는 국내 건설경기가 많이 침체된 데다 플랜트 부문 채용이 늘어나다 보니 순수 토목이나 건축 분야 지원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은 더 좁아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건설사에 취업해 일하고 있는 선배들은 과연 어떨까?
미국 유타주립대학 토목학과를 졸업하고 지난해 7월 대림산업에 입사해 해외토목팀에서 일하고 있는 황인찬(30)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최근 해외수주가 늘어나면서 업무량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일는 해외수주 비용 산출 업무. 황 씨는 "해외수주 분야에서 일을 하다보니 유학시절동안 외국에서 쓴 돈을 다시 벌어들이는 느낌이다"며 "경쟁이 치열한 해외수주 시장에서 계약이 성사될 때는 국익에도 일정부분 기여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사를 준비하는 후배들을 향해 "대학 졸업 후 30군데 넘는 회사를 지원했지만 서류와 면접에 합격한 곳은 단 3개에 불과했다"며 "자신을 알아봐 주는 회사는 분명 있으니 좌절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