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형 ‘여장부’ 김진숙 기술안전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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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0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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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첫 날인 8일 김진숙 신임 국토해양부 기술안전정책관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한 달만 저한테 맡겨주시고 마음에 안들면 다시는 일을 맡기지 마십시요.”

거칠기로 소문난 국토해양부의 ‘첫’ 홍일점 국장으로 발탁된 김진숙 신임 기술안전정책관이 12년 전 자신에게 새로운 일을 맡기기 꺼려했던 당시 건설관리과(현 기술안전과) 선배에게 했던 말이다.

손재주가 좋아 ‘만들기와 꾸미기’를 좋아했던 평범한 소녀가 건설 정책의 본산인 국토부의 첫 여성 국장이 된 것은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과 맡긴 일에 최선을 다하는 끈기’였다.

부임 첫 날인 8일 국토부 사무실에서 만난 김 정책관은 아담한 체구와 온화한 미소를 지닌 ‘전형적인 한국 중년여성’이었지만, 대화를 나눈 지 5분만에 외유내강형 ‘여장부’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김 정책관은 기술고시 23회 출신으로 당시 건설부 여성 사무관 1호로 출발했다. 이후 1호 여성 서기관, 1호 여성 보직과장, 1호 여성 부이사관 등 그의 신변에 변화가 있을때마다 그는 항상 1호였다.

화려한 모습으로 공직의 첫 발을 내디뎠지만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김 정책관은 대학 졸업 후 국내 굴지의 건설사 설계파트에서 2년간 재직했지만 ‘여성은 결혼하면 그만둬야 되는 풍토’에 실망하고 기술고시를 준비해 공직에 진출했다.

공직의 길도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여성 사무관 1호’로서 선배나 동기들이 여성과 일해 본 경험이 전무했다. “아무래도 여성과 일해본 적이 없어서 당시에는 같이 일하자고 하기 보다는 피하는 분위기였다”고 그는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그의 배짱과 노력은 ‘낭중지추(囊中之錐·주머니 속에 든 송곳과 같이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사람들이 알게 됨을 말함)’처럼 숨겨도 숨겨지지 않았다. 건설감리분야를 처음 다뤄본 건설관리과에서 선배들의 의구심 속에 맡은 일을 몇개월만에 두 사람 몫을 해냈기 때문이다. 그는 “전혀 몰랐던 감리분야를 처음 맡고, 6개월여만에 선배 둘이 하던 일을 결국 내가 다 하게됐다”고 소회했다.

김 정책관은 이후 지역정책과로 발령받았다가 다시 건설관리과로 돌아와 ‘국토부 첫 여성 과장’의 명예를 얻기도 했다. 그는 “내가 하는 일 하나하나마다 국토부 여성 후배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내가 잘해야 다른 여자 후배들도 잘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면서도 “최근에는 훌륭한 후배들이 많이 들어와 짐을 덜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김 정책관은 여성 후배들에게 ‘인적 네트워크’관리에 노력하라고 충고를 잊지 않는다. “이 사회가 인적 네트워크를 빼고는 아무것도 하기 힘들다”는 그는 “여성 후배들이 꼼꼼하고 일도 잘하지만, 이 부분에서 소홀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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