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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첫 날인 8일 김진숙 신임 국토해양부 기술안전정책관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한 달만 저한테 맡겨주시고 마음에 안들면 다시는 일을 맡기지 마십시요.”
거칠기로 소문난 국토해양부의 ‘첫’ 홍일점 국장으로 발탁된 김진숙 신임 기술안전정책관이 12년 전 자신에게 새로운 일을 맡기기 꺼려했던 당시 건설관리과(현 기술안전과) 선배에게 했던 말이다.
손재주가 좋아 ‘만들기와 꾸미기’를 좋아했던 평범한 소녀가 건설 정책의 본산인 국토부의 첫 여성 국장이 된 것은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짱과 맡긴 일에 최선을 다하는 끈기’였다.
부임 첫 날인 8일 국토부 사무실에서 만난 김 정책관은 아담한 체구와 온화한 미소를 지닌 ‘전형적인 한국 중년여성’이었지만, 대화를 나눈 지 5분만에 외유내강형 ‘여장부’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김 정책관은 기술고시 23회 출신으로 당시 건설부 여성 사무관 1호로 출발했다. 이후 1호 여성 서기관, 1호 여성 보직과장, 1호 여성 부이사관 등 그의 신변에 변화가 있을때마다 그는 항상 1호였다.
화려한 모습으로 공직의 첫 발을 내디뎠지만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김 정책관은 대학 졸업 후 국내 굴지의 건설사 설계파트에서 2년간 재직했지만 ‘여성은 결혼하면 그만둬야 되는 풍토’에 실망하고 기술고시를 준비해 공직에 진출했다.
공직의 길도 시작은 만만치 않았다. ‘여성 사무관 1호’로서 선배나 동기들이 여성과 일해 본 경험이 전무했다. “아무래도 여성과 일해본 적이 없어서 당시에는 같이 일하자고 하기 보다는 피하는 분위기였다”고 그는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그의 배짱과 노력은 ‘낭중지추(囊中之錐·주머니 속에 든 송곳과 같이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사람들이 알게 됨을 말함)’처럼 숨겨도 숨겨지지 않았다. 건설감리분야를 처음 다뤄본 건설관리과에서 선배들의 의구심 속에 맡은 일을 몇개월만에 두 사람 몫을 해냈기 때문이다. 그는 “전혀 몰랐던 감리분야를 처음 맡고, 6개월여만에 선배 둘이 하던 일을 결국 내가 다 하게됐다”고 소회했다.
김 정책관은 이후 지역정책과로 발령받았다가 다시 건설관리과로 돌아와 ‘국토부 첫 여성 과장’의 명예를 얻기도 했다. 그는 “내가 하는 일 하나하나마다 국토부 여성 후배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어서 내가 잘해야 다른 여자 후배들도 잘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면서도 “최근에는 훌륭한 후배들이 많이 들어와 짐을 덜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김 정책관은 여성 후배들에게 ‘인적 네트워크’관리에 노력하라고 충고를 잊지 않는다. “이 사회가 인적 네트워크를 빼고는 아무것도 하기 힘들다”는 그는 “여성 후배들이 꼼꼼하고 일도 잘하지만, 이 부분에서 소홀하는 경향이 있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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