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토 흙벽돌 집, 볏짚으로 엮은 지붕, 석유 호롱불, 마을 공동우물, 중국식 흙구들(炕头).’
닝샤자치구 구위안(固原)의 여성 택시기사 두핑(杜萍)은 꼬박 하루를 찾아다닌 끝에 처음 부탁한 대로 나를 아주 외진 농촌 마을에 데려다 줬다.
닝샤의 수도 인촨(銀川)에서도 350㎞나 떨어진 구위안시 위안저우(原州) 터우잉(頭營)진. 두(杜) 노인네의 집은 이곳에서도 택시로 4시간을 더 들어가는 곳으로 평소 머리속에 그려오던 중국의 전형적인 오지 농촌 마을이었다.
지난 2008년 6월말 중국 농촌 취재와 참관을 목적으로 찾은 닝샤의 산골 동네. 제대로 된 중국 농촌에 가보고 싶었던 평소 소원이 마침내 이뤄졌다.
베이징에서 1300㎞를 숨가쁘게 날아온 비행기는 메마른 황토 사막과 시뻘건 빛깔의 황하 지류를 몇바퀴 낮게 선회하더니 곧장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와 같은 형상을 한 인촨의 하동 (河東) 공항에 날개를 펼쳤다.
아침나절에 일찍 공항에 도착한 이후 인촨시내에서 버스와 택시를 번갈아 이용하며 두 노인데 마을 까지 찾아오는데는 다시 꼬박 하루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중국 중서부의 다른 농촌 마을들이 그렇듯 이곳도 몇년째 비구경을 못한 것 처럼 뿌연 먼지를 뒤짚어 쓰고 있다. 젊은이들이 도시로 돈벌이를 떠나면서 노인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노인들은 손자 손녀를 돌보며 몇 무(1무는 200평) 안되는 작은 땅에 농사를 짖고 있다.
두 노인네 부부는 온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속에 막 결혼한 작은 아들 내외와 함께 생활하는 복을 누리고 있었다.
두 노인네 집에 묵게되기 까지 10번도 넘게 문전 박대를 당했다. 남자들이 도시로 돈벌이를 나가서 부녀자들만 있는 집이 대부분인 때문이었다. 여기다 선뜻 낯선 외부인을 집안에 들이지 않으려는 회족들의 습성도 민박 구하는데 애를 먹게 했다.
동네 사람들은 내가 아무 예고도 없이 나타나자 낯선 사람이 나타났으니 조심하자고 서로들 은밀히 연락을 했다고 한다. 어쨌든 아주머니 택시기사 두핑의 기지로 같은 성씨인 두 씨 노인네 집을 찾아냈고 통사정을 한 끝에 하룻밤 묵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두씨 노인네 집은 흙벽돌로 쌓은 단층짜리 농가건물이다. 부엌이 본채와 따로 떨어져 있고 제법 넓은 마당 한켠에는 포도넝쿨과 화초가 심어져 있었다. 내게 내준 방은 흙구들 침대인데 머리맡에는 호롱불 등잔이 놓여있고 회벽칠의 벽면에는 여기 저기 거미줄이 걸려 있었다.
흙구들 방은 그런대로 깨끗이 정리돼 있었다. 행랑을 풀고 밖으로 나오니 오이와 서양 미나리 무침, 말린 가지 조림, 말린 민물고기 조림. 도마토 계란국 등 푸짐한 밥상을 차려내왔다. 두씨 집안사람들은 낯선 외지인을 따뜻하게 맞겠다는 호의의 표시로 밥상에 백주 한병도 곁들였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수저를 드는데 동네 사람들이 한두명씩 몰려온다. 두씨 노인은 손짖으로 와서 앉으라고 하고 맥주 컵만한 큰 잔에 백주를 가득 부어준다. 환영하는 뜻으로 건배를 제안하는 것이니 첫 잔은 다 비우자고 말했다.
거무튀튀한 잡석산 저편으로 저녁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초여름 산골마을의 신선한 미풍은 더할나위 없는 쾌적함을 안겨줬다. 흙마당에서 펼쳐진 저녁 식사는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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