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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탱크 KDI 40년][인터뷰] 현오석 원장 "정부보다 앞서 세계경제 파악·분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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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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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물가 더 오를 것…금리는 종합적 판단으로"<br/>" 세계 75대 선도적 싱크탱크 선정에 만족하긴 배고프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경제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사회학, 법학, 행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종합적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세계적 종합연구소로 거듭나겠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창립 40주년을 맞는 소회를 “KDI는 한국경제 성장과정에서 하나의 큰 역사를 썼다”며 이 같이 밝혔다.

1970년대 경제개발계획을 주도한 박정희 정부 시절부터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 2010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KDI는 굴곡 많은 한국경제의 중심에서 수많은 정책들을 제안해왔다.

창립 40주년을 맞는 KDI 현오석 원장을 9일 홍릉에 위치한 KDI 원장실에서 본지 이상준 경제부 부국장이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창립 40주년을 축하드린다.

-1976년 사무관 시절부터 KDI와 접촉했다. KDI는 한국경제 발전과정과 궤를 같이했다. 1970년대와 달리 지금은 경제환경이 더욱 복잡해지고 어려워졌다. 정부주도의 권위적인 시스템 아래에서는 정책만 제안하면 됐는데 이제는 이해당사자간 조정을 포함해 정책 집행까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한국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우리에게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

- 정부보다 앞서서 세계경제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선제적인 연구를 하고 싶다. 특히 최근 경제상황은 경제학만 가지고 해결하기 어렵다. 사회학과 정치학, 법학 등 학제적이고 종합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펠로우(fellow, 연구진)도 사회인문분야를 포괄하는 쪽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시야도 넓혀야 한다. 보다 글로벌한 시각에서 정책을 추진하겠다. 한국은 국제경제에서 그동안 쫓아가는 입장(팔로우)이었지만 이젠 룰을 세우는 위치에 와 있다.

△연구원 운용 계획은.

-연구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 일단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하겠다. 보상도 성과대로 하겠다. 지금 나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 연구원만해도 20명이나 된다. 프로야구에서 잘 나가는 선수는 감독보다 돈을 더 많이 받지 않냐(웃음). KDI가 여전히 정책연구를 중점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대학과 연계를 강화하겠다. 타 대학 교수를 겸임연구원으로 채용해 공동 프로젝트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해외 싱크탱크 연구진과도 네트워크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런 결과로 KDI는 지난달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이 선정한 세계 75대 선도적 싱크탱크로 선정됐다.

△중동정세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세계경제는 늘 순탄한 길을 걸은 적이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리세션을 경험했다가 가장 빨리 회복한 국가 중 하나다. 중동 리스크 때문에 유가가 많이 오르고 물가가 급증했다. 지난해 12월에 올해 경제성장률을 4.2%, 물가를 3.2%로 전망했지만 올해 물가는 그보다 더 오를 거다. 유가도 배럴당 평균 90달러로 예측했지만 110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은 조금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생각보다 호전되고 있어서 오는 6월 전망치를 수정할 때 이 부분이 반영될 꺼다. 만약 미국경제가 조금 더 빠르게 성장하면 우리도 예상보다 빨리 호전되지 않을까 싶다. 수출실적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석유가격은 리비아가 석유 생산량을 늘릴 것 이라는 점에서 계속 심하게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금리인상 가능성은.

-2009년 그리고 지난해에 비해 현재 정책여건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성장, 회복에만 포커스를 두면 됐지만 지금은 다르다. 회복도 해야 하고 시중에 풀린 돈도 거둬들여야 하고 인플레도 문제다. 고용률도 변수고 복지까지 고려해야 하는 등 상황이 굉장히 복잡해졌다. 금리도 단순하게 물가만 고려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의 고용상황, 가계부채 문제를 종합적으로 봐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현재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는가.

-지난해 이맘때는 더블딥이 논란이었지만 올해는 세계경제가 생각보다 훨씬 더 더디게 회복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또 선진국과 개도국의 회복속도도 각각 달라서 이에 따라 각국의 정책도 천차만별이다. 이렇게 변수가 다양하고 많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다. 그만큼 국가간 정책공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G20 회의 이후 정책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는 미국의 경제지표를 보기만 했다. 앞으로는 미국의 경제정책을 통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고 수정하거나 재고해달라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G20가 미국을 만날 수 있는 하나의‘장(場)’이 되는 거다. 과거에는 피상적으로 동향만 살폈지만 이제는 G20차원에서 우리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정부뿐만 아니라 KDI의 역할도 여기에 중점을 두겠다. G20대학원 설립 취지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한국경제의 발전방향은.

-고령화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을 파악하고 생산동력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 바로 기술이 답이다.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 KDI가 서비스업 활성화방안에 대해 전부터 노력을 많이 해왔다. 우리나라에는 ‘서비스=공짜’라는 개념이 팽배해있다. 변화를 하려면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 기득권에서 놓아주질 않는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로스쿨도 그렇고 영리 의료법인도 그렇다.

△최근 복지제도 연구에 관심이 많다.

-과연 65세 이상을 노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65세 이상이라는 기준은 19세기 때 만들어진 개념이다. 비스마르크 시대에 사회보장제도를 만들 때 평균 수명이 45세였다. 따라서 지금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복지제도는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보통 20년 공부하고 30년 일하고 10년 쉰다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25년 공부하고 40년 일하고 10년은 공부하고 이를 활용해 다시 10년을 일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사회 인식 자체가 변해야 하고 투자도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 쪽으로 가야 한다.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있다.

-세종시로 내려갈 생각을 하니 아쉽다. 홍릉은 봄에 꽃이 피면 고즈넉하고 보기가 매우 좋다. 세종시 이전은 빠르면 2013년에 간다. 이전에 따른 직원들 복지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김만제 초대원장이 KDI를 처음 만들 때 40년까지 갈꺼라고 생각 못했을꺼다. 얼마 전에는 경제연구소로는 아시아에서 1위를 했다. KDI는 한국경제에 많은 기여를 했고 앞으로도 국가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데 일조하겠다.


[프로필] 현오석 KDI 원장

▲1950년 ▲서울대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펜실베니아대 경제학 박사 ▲세계은행(WB) 이코노미스트 ▲재정경제부 예산심의관, 경제정책국장, 국고국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처 기획조정실장 ▲재정경제부 세무대학장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원장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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