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최근 다시 급부상한 유럽 재정위기와 한 달여째 이어지고 있는 중동지역의 정정불안 사태로 이미 기력을 상당 부분 잃은 상태다. 여기에 세계 3위 경제 대국 일본이 맞닥뜨린 대재앙의 충격은 점멸하고 있는 세계 경제 회복세를 아예 꺾어버릴 만큼 막강하다.
실제로 일본 경제를 이끌고 있는 도요타와 소니 등 주요 기업들은 잇따라 공장을 멈춰세웠고,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사상자로 인해 10여년간 지속된 디플레이션으로 소진된 일본인들의 소비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그나마 다행"…日 핵심 산업기지 '무사'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강진이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덕분에 도쿄를 중심으로 나고야와 오사카로 이어지는 핵심 산업벨트가 충격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마르쿠스 놀랜드 페터슨국제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만약 이번 강진이 서쪽으로 300여km 지점에서 발생했다면 경제적 손실과 인명피해 규모는 헤아리기조차 힘들었을 것"이라며 "일본으로서는 훨씬 더 큰 재앙을 피한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발생한 강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 센다이시는 도쿄에서 북쪽으로 300여km 떨어져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이같은 사실들을 근거로 이번 강진이 일본은 물론 세계 경제에 주는 충격도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피해 수습 자금…경기부양 기대
NYT는 특히 강진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공공지출 규모를 대거 늘리면 경기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행(BOJ)도 이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14일 수조 엔을 풀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BOJ가 일본 국채 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늘리는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공공지출뿐 아니라 대규모 복구사업에 투자되는 민간 자본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드워드 링컨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일본 강진 사태는 대규모 복구사업을 통해 세계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역설적이지만 이번 사태로 전 세계는 향후 1~2년간 경제적 혜택을 입게 될 것"고 말했다.
◇엔화 가치 급등세…"日 소비 부추길 것"
시장에서는 엔고 기조가 강화돼 엔화가 달러화 가치를 압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엔화 가치가 뛰면 일본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소비력이 커져 세계 경제에 이득이 될 수 있다.
앞서 1995년 6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0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빚어진 고베 대지진 때도 2개월간 엔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20% 뛴 바 있다.
◇일본 車업계 현지 생산 체제…지진 충격 제한
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기업들의 공장 가동 중단과 수출지연에 따른 파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계의 경우 이미 20여년 전부터 북미에서 팔리는 완성차와 부품의 생산시설을 대거 현지로 옮겨둔 데다, 오랜 노하우로 지진에 따른 비상대책이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싱크탱크인 경제전력연구소(ESI)의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대표는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지진 비상대책에 따라 최근 수출용 차량의 생산기지 대부분을 해외로 옮겼다"며 "이번 강진이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업체들에 실질적인 영향을 준다는 게 더 놀랄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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