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는 생명줄이다] '실직공포' 노동자들, 탈출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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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1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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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노동자들이 실업 공포에 신음하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내몰린 근로자들이 생활고를 비관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100만명에 달하는 청년층 실업자와 850만명을 육박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루하루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현 정부는 매년 60만개 씩, 총 30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공언했지만 지난 3년간 만들어진 일자리는 39만6000개에 불과했다. 이에 본지는 구조조정과 취업난에 신음하는 노동자들의 현 주소를 되돌아보고 정부 일자리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 시리즈를 총 4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목차>
 1.사지로 내몰리는 노동자들
 2.‘미래’ 청년, ‘관록’ 노인 실업에 운다
 3.일자리창출, 민간ㆍ공공부문 모두 ‘낙제점’
 4.[전문가진단]정부ㆍ여당 일자리TF 세워라
 
 
 (아주경제 정경진ㆍ김희준ㆍ박재홍 기자) 지난달 26일 싸용자동차 무급휴직 노조원 임모(44)씨가 경기도 평택 자신의 아파트에서 숨친 채 발견됐다. 임씨의 아내가 남편의 정리해고 충격에 우울증에 시달리다 아파트 10층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은지 10개월 만의 일이다. 그가 유족인 중학생(15) 딸과 고등학생(18)아들에게 남긴 것은 통장 잔고 4만원과 카드빚 150만원 뿐이었다.
 임씨가 사망한 지 이틀만인 28일. 쌍용차 창원공장 희망퇴직자였던 조모(37)씨가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채 차량에서 연탄불을 피워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씨는 쌍용차 해직사태와 관련해 발생한 14번째 사망자다. 그에게는 부인과 3살 딸, 돌을 앞둔 아들이 있었다.  
 한진중공업에서 해고된 박모(38)씨는 작년에 부인과 이혼했다. 생활고로 인해 가정이 파탄나고 금전문제로 고소고발 사건까지 얽혀 있는 그는 하루에도 몇번씩 죽고싶다는 유혹에 흔들린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의 희생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연명하다가 결국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 극단적인 결말을 맺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희망이 있을 것이란 환상을 심어주며 끊임없이 고통 속에 살게 하는 희망고문. 결국 희망이 없다는 것을 죽음으로 확인하는 것이 쌍용차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죽음의 실체"라고 말한다.
 구조조정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적은 수입과 농성 과정에서 빚어진 회사측의 재산 가압류, 해고자라는 사회적 낙인 등 '3중고'에 시달린다.
 천웅소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퇴직자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농성으로 인한 거액의 소송으로 인한 가압류"라며 "이 때문에 정신적 고통과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설명했다.
 이창근 실장은 "평택시가 지역 고용촉진을 위해 별도의 지구를 건설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고용주들이 쌍용차 출신을 꺼려해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쌍용차 파업과 관련해 사측과 경찰 등이 조합원 등을 상대로 제기한 전체 손해배상 가압류 금액은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해고자들은 본인의 전문 기술을 살리지 못하더라도 닥치는대로 일거리를 찾아나서지만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아 좌절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2009년 12월 쌍용차에서 해고된 김모(47)씨는 "간헐적으로 막노동을 하면서 2년을 버티다보니 빚만 2000만원으로 늘었다"며 "쌍용차 출신 해고자들은 대부분 대리운전이나 일용직으로 간신히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시내버스 파업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빚을 지더라도 나중에 다시 갚으면 됐지만 지금은 은행에서 바로 신용불량자로 만들고 있다"며 "자녀들의 대학 진학도 연기해야 하는 지경"이라고 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노동자들의 실업 위기와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빈 일자리수는 11만2000개, 빈 일자리율은 0.9%로 각각 조사됐다. 빈 일자리 1개당 실업자수(실업자수/빈 일자리수)는 8.0명으로 지난해 1월보다 0.6명 증가했다.
 정부에서는 경기지표가 좋아지면서 실업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업자들의 일자리 구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방증한다.
 정치권은 야당을 중심으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진중공업 사태가 이대로 간다면 공권력을 투입해 수많은 사상자를 냈던 쌍용차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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