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간판 이규혁(33·서울시청)은 13일 2011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내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규혁은 이날 독일 인젤에서 열린 대회 500m에서 1, 2차 레이스 합계 69초10의 기록으로 정상을 차지했다.
이규혁은 1차 레이스에서 34초78의 기록으로 선두 얀 스미켄스(네덜란드)에 0.01초 뒤졌지만 2차 레이스에서 34초32로 기록을 크게 단축해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2차 레이스 기록인 34초32는 이강석(의정부시청)이 작성한 한국 기록(34초20)에 0.12초 뒤진 좋은 기록이다.
이규혁은 "기록이 좋아서 나도 놀랐다"며 "2차 레이스에서 34초 중반이면 우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기대보다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만족해 하는 모습이었다.
또 "이 대회 첫 우승이라 조금 더 남다른 느낌이 든다"며 "1,000m에서 4위를 하면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마무리를 멋지게 해서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규혁은 이날 후배인 이강석과 모태범(대한항공) 등이 부진한 가운데 '맏형' 노릇을 제대로 해 냈다는 점에서 활약이 더욱 두드러진다.
2007년과 2009년 이 대회 우승자인 이강석은 세 번째 금메달을 노렸지만 1차 레이스 두 번째 코너를 돌다가 넘어지면서 2차 레이스를 포기했다.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모태범도 1차 레이스에서 코너를 돌다가 중심이 무너지면서 기록이 처졌다.
이규혁은 "(이)강석이와 내가 모두 컨디션이 좋았다"며 "그런데 강석이가 경기 중에 넘어져서 다치지 않았나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강석이가 넘어진 뒤 마음을 잡으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며 "경기에 들어갈 때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메달권 밖으로 밀려나면서 은퇴까지 고려했던 이규혁은 2010-2011 시즌에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20년 가까이 국가대표 간판으로 활약한 이규혁은 이번 시즌 국내 스프린트대회를 10연패 했고 지난 1월 세계스프린트 선수권대회에서는 4번째 종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이규혁은 "올림픽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그 외의 대회에서는 언제나 성적이 괜찮았다"며 "올림픽에서는 좌절을 맛보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올림픽은 풀리지 않는 숙제지만 이번에 1등을 했는데 관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내년 시즌 준비를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해 선수생활을 계속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