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총리는 지난 13일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진 복구 뉴딜정책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2000억 엔 규모 이상의 예산을 긴급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 금융시장 일대 혼란…日당국 시장개입
대지진에 따라 일본 외환·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BOJ)는 15일 오전 단기금융시장에 5조 엔을 추가 공급키로 해 지진 발생 이후 23조 엔을 단기 금융시장에 풀었지만 엔화가치 급등의 물줄기를 되돌리지 못했다.
반면 증시와 국채금리는 폭락하고 있다. 오사카거래소는 오전 11시8분과 11시25분 두차례에 걸쳐 시장의 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하며 시장안정을 꾀했지만 후쿠시마 원전 3, 4호기 폭파 소식에 주저앉았다.
이날 닛케이 평균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장 중 900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폭락했다. 토픽스를 구성하는 33개 업종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이같은 엔화급등에 대해 저금리 자금을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해 온 엔케리 트레이드가 대량 청산될 가능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 고베 지진 당시에도 일본 엔화가치는 달러화 대비 3개월 동안 20%나 절상됐다.
◆ '뉴딜정책'…재정건전성이 관건
글로벌 예측기관들은 이번 대지진으로 일본이 작게는 GDP의 1%(500억 달러)에서 크게는 6%(3000억 달러)에 이르는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무라 증권은 일본 정부가 복구비용으로 3조~5조 엔(400억~600억 달러)을 써야 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일본 여야 정치권에서는 지진 피해에 대처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약 10조 엔(1200억 달러) 정도 편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신 대지진 당시엔 3차례에 걸쳐 지진 피해복구와 이재민 구호 등을 위해 모두 3조200억 엔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문제는 막대한 국채발행을 통해 일본의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일본의 국가 채무비율이 GDP의 204.2%로 이미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1월 현재 일본의 국가채무는 997조7000억 엔으로 1000조 엔을 육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민당은 소비세를 임시로 1% 정도 올려 지진 피해 대처를 위한 재원을 염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소비세를 1% 인상하면 2조5000억 엔 정도의 재원이 생긴다.
노무라증권은 “고베 대지진 당시에는 정부의 재건사업 지출에 따라 V자형 회복을 했지만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다”며 “지진 이전에는 올해 2·4분기에 일본 성장률이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제는 3분기, 더 길어지면 4분기에나 저점을 탈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전문가 日 '리스트럭처링' 견해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동력을 잃고 가라앉아온 일본 경제에 이번 대지진에 따른 복구가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대학 교수는 “그동안 일본내 경직된 노사관계와 노후설비 문제가 새롭게 리스트럭처링을 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이번 지진사태가 일본 경제에 긍정적 효과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간 나오토 총리를 중심으로 일본 사회가 정치적으로 단합할 수도 있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한신 대지진 당시에도 일본 정부는 1000억 달러 이상의 경제손실을 입었지만 복구과정에서 GDP가 2% 가량 늘어나는 효과를 거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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