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가 폭발했을 때만 해도 일본 안팎에서는 방사성 물질 유출에 따른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였다. 지난 14일 같은 원전의 3호기가 폭발했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일본의 상황은 체르노빌과는 전혀 다르다”고 했고, WHO는 “일본 원전 폭발이 일본인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지극히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5일 오전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에 이어 4호기마저 폭발하자 전날의 여유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특히 이날 오전 6시10분께 푹발음을 낸 2호기의 경우, 핵연료봉을 담고 있는 격납용기마저 파손돼 방사능 공포를 급속히 고조시켰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인류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로 기억되는 구소련의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대참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1986년 4월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명에 그쳤지만 134명이 고도 방사성 물질에 노출돼 극심한 방사능병을 앓았다. 이 중 28명이 4개월 뒤 숨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과학자들을 통해 이번 사태가 체르노빌처럼 흘러갈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해 낮은 수준의 방사성 물질에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심각한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체르노빌 사고를 연구한 이들은 낮은 수준의 방사성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유방암이나 백혈병, 조숙증, 심장마비 등의 질병에 걸리거나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핵연료봉이 녹아내려 원자로의 압력용기에 균열이 발생하고 콘크리트와 철제 격납용기가 파괴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이미 이날 폭발한 2호기의 경우 격납용기의 손상이 확인됐다. 격납용기가 파괴되면 막대한 양의 방능성 물질이 공기 중으로 새어 나오게 된다.
1호기와 3호기의 격납용기는 아직 무사해 방능성 물질이 갇혀 있지만 내부 압력 조절에 실패하는 경우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영국 스완시대의 핵전문가인 존 기터스 박사는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방사능 재앙이 실제 일어날 가능성은 1%에 불과하다”면서도 “만약 현실화하면 수십명이 피폭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냉각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 방사성 물질의 유출을 차단할 수 있다며 낙관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바닷물을 이용해 원자로를 냉각시키면 원전이 부식돼 가동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며 원자력발전의 공백으로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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