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 되는 중동사태…러시아, 울까 웃을까 "난감하네"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격화되고 있는 중동지역의 소요사태로 러시아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는 최근 중동지역의 정정불안 사태가 띄어 올린 국제유가로 상당한 이익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 관리들의 부패에 대한 반발도 커져 맘을 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배럴당 120 달러까지 치솟은 국제유가가 올해 러시아의 경제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1%포인트 높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러시아 경제는 올해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5% 이상 성장하게 된다.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은 지난 14일 유가가 평균 115 달러 선에 머물면 금융위기 이후 불어난 재정적자가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평균 100 달러 대만 돼도 2년여 동안 늘어난 재정적자를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도 러시아 증시가 최근 2008년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리자 다시 투자선을 다시 러시아로 돌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 지진 사태로 잠시 주춤하고 있는 국제유가 상승세에도 조만간 다시 힘이 붙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원전 폭발에 따른 일본의 에너지 부족 사태가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 증가로 이어져 러시아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에서 벌어질 대규모 재건사업에 따라 러시아 철강업계도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러시아는 마냥 좋아라 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유가 급등으로 얻게 될 횡재가 각종 부패로 연결돼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크게 확대된 빈부격차는 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절감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혜택이 집권층에 집중되면서 상당한 부가 고급 레스토랑과 수입차 판매상, 부동산 중개인들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도 최근 러시아의 억만장자가 지난해 62명에서 101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중동지역을 뒤흔들고 있는 반정부 시위의 배경이 집권층의 무위도식과 부패 등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러시아도 정정불안의 불씨를 안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 사회과학연구소인 레바다센터의 레프 구드코프 소장은 “대다수 러시아인들은 식품가격 급등 다음으로 정부의 부패를 문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 정부가 임금과 연금 인상을 통해 국민들을 달래고 있어 이들의 분노가 표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빈부격차가 아직 극에 달하지 않은 데다, 국민성이 수동적이고 노령 인구가 많다는 점에서 소요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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