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는 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산업은 단순히 산술적 계산으로 수치화 될 수 없다. 일본차 생산이 10만대 줄어든다고 한국차 판매가 10만대 늘지 않는다. 더욱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생산이 판매를 못 따라가는 실정이다. 늘릴래야 늘릴 물량이 없다.
피해도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실제 도요타·혼다·닛산 이른바 일본 ‘빅3’는 과반수 이상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일본 내 생산하는 핵심 부품의 생산도 이미 가동됐거나 곧 가동될 전망이다.
당분간 일본 내 완성차 생산이 중단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 국가적 재난으로 인해 일본 자동차 수요가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무작정 생산하고 있을 수 만도 없다. 철저히 수요-공급에 따른 결정인 셈이다.
물론 핵심 부품의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게 된다. 핵심 부품에 있어 일본은 ‘먹이사슬’에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과거 선진시장에만 치중해 왔던 일본 업체들이 신흥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는 점이다. 신흥시장을 선점하며 성장해 온 현대·기아차로써는 단순히 현재 일본의 피해 상황이 아니라 일본의 큰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산업계에 오래 몸담았던 국내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의 생각도 대체로 비슷하다. 반사이익이 커녕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일본 자동차업계의 반격이 거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비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진다는 속담이 있다. 더욱이 모든 일에 준비가 철저한 일본이다. 국내에도 들어온 일본 수입차 업체들의 침착한 대처를 보며 다시 한번 이를 절감한다. 일본 업체들이 이 위기를 ‘20년 장기불황’의 재도약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호들갑스러운 언론과 증권가와는 달리 한국 산업계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최근 만난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한 임원은 “일본자동차 회사들은 여전히 배울 점이 많은 선의의 경쟁자”라며 “일본이 잘 돼야 한국도 좋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경쟁사의 ‘불운’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상도에 어긋난다는 게 조심스러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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