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이야기 12-1> 휴대폰과 자동차로부터의 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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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1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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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 자전거 바퀴가 그려낸 추억

세상에 여행 만큼 설레고 즐거운 일도 드물다. 여행은 미지의 낮선 세계와의 만남이다. 여행자는 스스로 낯선 연극 무대의 주인공이 돼 각본 없는 즉홍 연기를 해내는 듯한 스릴을 만끽한다. 더욱이 무작정 길을 떠나는 자유 여행은 결말을 알 수없는 넌픽션 다규멘터리 같아서 더 흥미진진하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애초에 기획했던 것들은 마치 도미노처럼 무너져 버리고 대신 예기치 못했 것들이 그 자리를 메운다. 당초 의도했던 것에 우연이라는 것이 덪씌워지거나 픽션이 가미되기도 하고 마침내‘연극’은 전혀 알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복선이 깔리는가 싶다가 반전이 거듭되고 절정에 치닫는가 하면 어느새엔가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오래된 일인데도 엊그제 일처럼 잊혀지지 않는 여행에 관한 추억이 있다. 베이징 대학에서 연수하던 지난 2005년 4월. 베이징대학의 웨이(魏)교수와 나는 점차 무성해지기 시작한 캠퍼스 동쪽의 덩치 큰 훼나무 그늘 아래서 5.1랴오둥제(5월1일노동절) 휴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추이셴성(최 선생), 우리 특별한 여행 한번 합시다.”

세살 아래 친구인 웨이 교수가 먼저 말을 꺼냈다.

“좋아요. 그런데 어떤 여행을...”

“자전거로 대륙을 한번 달려보는 여행. 어때요. 최선생 아들도 함께…”

휴대폰 없는 생활의 자유도 좋았는데 승용차 없는 여행은 또 어떤 해방감을 안겨줄까.

”자전거 여행? . 어디로요?”

구미가 당겨 나는 이렇게 되물었다.

“친구네 고향인 베이징 북쪽 허베이(河北)의 솬화(宣華)나 베이다이허(北戴河)가 있는 발해만의 친황다오(秦皇島)가 어떨까요, 아니면 다소 멀지만 산시(山西)성의 핑야오(平遙 )도 괜찮을 듯해요.”

웨이 교수는 '특별한 여행' 프로젝트에 대해 이미 사전에 많은 것을 조사해놓은 것 같았다. 자유인의 풍모가 느껴지는 40대 초반의 노총각 교수 웨이. 독서광인 그는 전국의 유명 비림(碑林)을 찾아 탁본 여행을 다니는게 취미여서 중국 각지역 인문지리에 대해 이해가 깊은 사람이었다.

상의 끝에 자전거 여행의 목적지는 핑야오, D데이는 노동절인 5월 1일로 정해졌고 웨이 교수의 제의대로 중학생인 아이까지 함께 셋이서 출발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이용한 10일 정도의 장기 여행이었지만 우리는 작은 배낭 하나씩만 준비하고 나머지 필요한 것은 그때그때 현지 조달하기로 했다.

순환 도로와 시 외곽으로 향하는 주도로를 갈아타며 세시간 쯤 페달을 밟은 끝에 우리는 허베이성과 연접한 베이징의 서남쪽 팡산(房山)구를 빠져나왔다. 107번 국도를 타고 한참을 지나자 까오베이덴(高碑店)이라는 고장이 나왔다. 고가구 공장들이 대단지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이전에 자동차로 한번 다녀간적이 있는 고장이었다.

자전거로 이곳을 찾으니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읍 단위만한 큰 마을 곳곳에 고가구 목공예 공장들이 들어서서 큰 공단을 이루고 있었다.
베이징에서 꽤 멀리 떨어진 허베이 지역인데도 이제 이곳도 임대료와 인건비가 올라 업자들은 점점 더 외진 곳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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