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청와대와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지난 1월 육군부사관학교 창설 60돌을 맞아 ‘군(軍) 전투력 발휘의 중추’라는 휘호를 학교 측에 전달하자, 양형곤 주임원사(50)는 “군 통수권자가 부사관들에게 관심을 보여줘 감격스럽다”먀 이 대통령에게 감사편지를 보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이달 9일 친필 서명과 함께 “‘군대다운 군대가 되겠다’는 양 원사의 편지를 읽으면서 참으로 마음 든든했다. 평소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국민의 대통령임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답장을 양 원사에게 우편으로 발송했다.
양 원사는 지난 14일 이 대통령이 보낸 편지를 받아봤다.
군 관계자는 “대통령이 일선 부사관 간부가 보낸 편지에 직접 답장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대통령과 양 원사가 주고받은 편지 전문.
[양 원사가 이 대통평에게 보낸 감사 편지]
충성!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육군부사관학교 주임원사 양형곤 원사입니다.
지난달 3월 1일 육군부사관학교 창설 60주년을 앞두고 대통령님께서 ‘軍 전투력 발휘의 중추’라는 휘호를 하사하고 격려해 주심에 우리 부사관은 학교 전 장병과 120만 현역 및 예비역 부사관 모두가 깊은 감사와 함께 충성의 맹세를 드립니다.
입춘이 지나 훈련장에 쌓였던 눈이 녹고, 생기를 되찾아가는 나뭇가지를 보면서 나의 조국과 군 통수권자이신 대통령님의 존영을 한번 떠올려 봅니다. 대통령님!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눈은 또 왜 그리 많이 내리던지요. 군인의 한 사람으로서 천안함 폭침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어진 연평도 포격 도발까지…, 참으로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인 선원 8명이 탑승한 삼호주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됐을 때 대통령님께서 내린 용단으로 청해부대 ‘아덴만 여명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고,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높아졌음은 물론 군의 사기 또한 그 어느 때보다 충천해 있습니다.
국가 안위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며 최선의 결심을 하셔야 하는 대통령님의 고뇌를 저희 군인들은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6명의 천안함 영웅을 추모하며 눈물을 흘리시던 대통령님의 모습을 보면서 군 통수권자의 부하를 사랑하시는 마음을 보았고, 당당한 모습으로 ‘G20 정상회의’를 주도하셨던 글로벌 리더십에 감동했습니다.
북의 연평도 포격도발 때 보여주셨던 단호하고 결연한 의지, 구제역 현장과 재래시장을 한걸음에 달려가 국민의 아픔을 어루만지시던 따스하고 푸근한 마음을 저는 가슴으로 느꼈습니다.
대통령님, 얼마나 힘드십니까? 또한 얼마나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으십니까?
이 서신을 통해서나마 충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사관의 중요성을 잘 아시는 대통령님! 그동안 우리 부사관은 전·후방 각지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악한 근무환경을 이겨내며 주어진 소임 완수에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통수권자께서 부사관들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여주셨다는 것이 부사관의 한 사람으로서 사무치게 감격할 따름입니다. 학교에서는 창설일을 기념해 대통령님께서 써 주신 휘호를 기념비에 새겨 부사관들의 정신적 지주로 삼고, 부사관 정체성 확립 및 학교 위상 제고의 지표로 활용해 나갈 계획입니다.
조국이 부르면 기꺼이 달려가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돼 있는 저희 부사관들은 이제 당당히 얘기할 수 있습니다. 부사관의 정체성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군 통수권자께서 인정해 주시고 휘호에 써 주신 대로 적과 싸우면 반드시 이기는 ‘군 전투력 발휘의 중추’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것입니다.
지금 학교는 ‘전투형 군대, 군대다운 군대’로 변모하고자 소부대 전투지휘 및 병 개인훈련 지도 능력 등을 구비한 초급 부사관을 육성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적 군 운영을 위해 병영 안에서 에너지절약 운동은 물론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통해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시책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습니다.
군을 사랑하시는 대통령님! 지난해에 현충사를 방문하셨을 때 대통령님께서 쓰셨던 `必死則生 必生則死‘의 정신을 마음 깊이 새기며 국가와 국민이 저에게 부여한 신성한 소임을 완수해서 ‘전투형 군대, 군대다운 군대’를 육성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충성! 계속 근무하겠습니다.
[이 대통령이 양 원사에게 보낸 답장]
대한민국 대통령
양형곤 원사, 반갑습니다.
양형곤 원사의 편지를 읽으면서, 참으로 마음 든든했습니다.
나는 평소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국민들이 있기에, 국내외적으로 많은 위기 속에서도 대한민국이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고, 또한 그러한 국민의 대통령임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 원사의 편지 속에서도 “국가가 부여한 신성한 소임”을 완수하고자 하는 군인의 정신이 느껴졌습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국토와 국민의 수호에 임하고 있는 여러분의 노고에 우리 국민 모두는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부사관 여러분은 지난 60년 간 장교와 병사를 잇는 허리로서 국가 방위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군 전투력 발휘의 중추‘로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해 주기 바랍니다.
지금 우리 군은 제2창군의 각오로 국방개혁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군대다운 군대”가 되겠다는 양형곤 원사의 다짐과 같이 모든 부사관 여러분이 선진정예강군으로 거듭나는데 앞장서 주리라 기대합니다. 육군부사관학교가 세계 최고의 부사관 교육기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며, 양형곤 원사를 비롯한 모든 현역 및 예비역 부사관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011년 3월9일
대통령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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