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글로벌 대기업들은 일본 대지진 사태로 인한 피해가 미미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비상대책을 논의하며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생산시설의 재고를 확인하고 정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가 공급망에 미칠 장기적인 충격의 크기는 아직 가늠할 수 없지만, 상당히 심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이 세계 3위 제조국인 데다 자동차와 건설장비, 전자제품 등 주요 업종의 핵심부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제어시스템에서 스마트폰에 이르는 첨단 장비들의 경우 플래시메모리, 정밀센서,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핵심 부품을 대부분에 일본에 의지하고 있다.
일례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제품의 핵심부품인 BT수지의 경우, 전 세계 수요의 90%를 일본이 책임지고 있는데 현재 남아 있는 재고는 이르면 1개월 안에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하지만 지진의 충격으로 생산시설 가동 중단에 나선 일본 기업들은 가동 재개 시기를 잇따라 늦추고 있어 일본에 부품을 의지하고 있는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업 중단 사태가 수일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방사능 공포가 오히려 확산되고 있어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FT는 여기에 항구 폐쇄 조치마저 장기화하면 전 세계 공급망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지진 피해를 용케 벗어난 지역도 불안정한 전력공급이 정상화되는 시기에 따라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