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일본 지진으로 인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진해일 대비 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실시했던 훈련이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강원도와 울산 등 일부 동해안 지역에서 지진해일 예경보시스템을 활용해 경보발령을 내리고 주민이 대피하는 지진해일 대비 훈련을 실시했지만 형식적인 메뉴얼과 주민들의 대피소 숙지 미흡으로 곳곳에서 불안한 훈련이 지속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보발령 후 고작 30여명의 인원이 참가했을 뿐만 아니라 지정된 대피소도 찾지 못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실제 강릉시가 지난 2007년 규모 4.8의 지진이 났던 평창 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대피소를 알고 있는 사람은 8.6%에 불과했다. 또 89.9%는 ‘앞으로 지진이 또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절반 수준인 55.6%만이 재난 대피 훈련에 참가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속수무책이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부채질 한 꼴이다.
특히 일본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여파로 후쿠시마(福島)현 원전에서 잇단 폭발이 일어나 21기의 국내 원전 인근에 위치한 인근 지역 주민들은 동일 재난 대처 방안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두 22기의 원전이 있으며 이 중 산업 및 가정용 전력 원전은 신고리 1호기를 비롯해 같은 기장군의 고리 1-하4호기 등 21기에 이른다. 이들 상업 원전 21기의 국내 총 설비용량은 1만8716㎿로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24.6%의 막대한 전력을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원전 지역 주민들은 원전의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대피훈련을 효율적으로 실시해 안전 확보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원전 2기가 건설되고 있는 울산 울주군의 신모씨는 “한 해에 몇 번씩은 지진해일이나 방사능 물질 유출 대비훈련을 해야 한다”고 밝히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문가들도 지진 등의 대한 재난대비훈련의 취약점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진 설계 대상인 높이 3층 이상, 총면적 1000㎡ 이상 건축물 100만여 동 중 16% 정도만이 내진설계가 돼 있다.
따라서 대지진을 당하면 그 피해가 일본 보다 훨씬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학교 건물의 경우 2009년 말 현재 1만1293개 초.중.고교의 내진 설계 대상 건물 1만8329동 가운데 86.8%인 1만5912동이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다. 또한 이 건물들 중 54.5%인 8486동은 지진 발생시 대규모 피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사시 학교건물과 체육관 등을 대피소로 적극활용하고 있는 일본과는 다른 양상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정부가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총체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신속한 안전대책을 세우기는 어려운 만큼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재난 대비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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