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재계 주요 그룹의 오너 동생들이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과거 실패로 인해 절치부심했던 이들이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수장으로 등장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구본준(사진 왼쪽) LG그룹 부회장, 최재원(가운데) SK그룹 수석부회장, 장세욱(오른쪽) 유니온스틸 사장 등 오너 동생들이 그룹의 새로운 도약과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해 활발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지난 11일 SK네트웍스(옛 선경직물)의 사내이사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는 SKC 최신원 회장의 부친이자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이 설립한 회사이자, 그룹 모태로서의 상징성을 지닌 회사인 만큼 최 부회장이 그룹 전면에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2004년 3월 분식회계와 소버린사태 등으로 당시 맡고 있던 SK텔레콤 부사장직을 내놓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SK E&S와 SK가스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활동을 재개했지만, 그룹 외곽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룹 안팎에선 탄탄한 기획력을 갖춘 최 부회장이 SK의 글로벌 성장전략 확보와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발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동생인 장세욱 동국제강 전략경영실장(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유니온스틸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유니온스틸이 동국제강과 더불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만큼 장세욱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동국제강은 지난 1986년 유니온스틸 인수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동국제강 출신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동국제강은 그동안 유니온스틸 출신 임원 가운데 사장을 선임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장세주 회장이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주요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을 장 사장에 맡김으로써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책임경영을 펼쳐보라는 뜻이 담긴 것 같다”고 전했다.
쌍용건설과 유일전자(현 DK유아이엘) 인수합병(M&A)을 주도했던 장 사장에게는 재기의 기회를 얻은 셈이다.
동국제강은 쌍용건설 인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231억원의 이행보증금만 날리고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2005년 인수했던 휴대폰용 부품 제조업체 유일전자도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퍼부었지만,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반면 다음달 1일이면 취임 반년을 맞이하는 구본준 부회장은 이미 성공적인 재기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 부회장은 지난해 9월 스마트폰과 3D TV의 연이은 실패로 위기에 빠진 LG전자의 구원투수로 나섰다.
구 부회장은 취임 이후 ‘독한 DNA’를 내세워 강력한 조직 개혁에 나섰다. 이런 변화는 LG전자의 공격적인 제품 출시와 마케팅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16일 전세계 TV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신제품을 선보였다.
LG반도체 사업부의 현대전자(현 하이닉스) 이전, 누적적자로 인한 LG필립스LCD 대표이사 사임 등 굴곡진 인생을 경험한 구 부회장이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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