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공연>규범·체통·억압은 무시하라…원조 ‘차도남’ 동주앙의 부활

  • 연극 ‘동주앙’ 4월 3일까지 명동예술극장서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무대 위에 또 하나의 무대가 있다. 액자로 만들어진 이 무대는 주인공만의 갇혀진 세계를 상징한다.

주인공 ‘동주앙’에게 권력과 종교와 규범 따윈 없다. 오직 ‘어떤 여자와도 사랑할 수 있는 자유’만이 있을 뿐이다.

흔히 ‘희대의 바람둥이’로 불리는 동주앙을 세상 모든 여자를 유혹하는 시대의 엄친아로만 보기에는 부족하다.

연극 ‘동주앙’에서 동주앙은 우리에게 ‘위선’에 대해 역설하고 풍자하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주는 인물이다.

17세기 프랑스의 희극작가 몰리에르에 의해 탄생된 이 작품은 당시 사회에 대한 조롱을 짙게 담아내고 있다. ‘동주앙’이라는 인물을 통해 귀족사회를 비판하고 사회적 억압에 대해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연극은 그래서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코미디가 아니다. 결국 우리에게 ‘당신은 얼마나 덜 위선적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끝이 난다.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를 희롱하고 아버지와 신의 권위에도 도전하며 조롱을 일삼는 그지만 한치의 반성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하인 스가나렐은 주인 동주앙이 지옥에 떨어지게 되자 자신의 ‘월급’부터 찾는 한 층 더한 위선을 보여준다.

관객은 이러한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의 모습을 투영해 보게 된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인간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억압받으며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동주앙에는 김도현과 이율이, 아내 엘비르 역에는 박미현이, 그리고 하인 스가나렐은 정규수가 맡았다.

주·조연 모두 수려한 언변과 재치가 돋보였다. 특히 잠시도 쉴틈 없는 코믹한 대사, 제스처에 관객들은 웃기 바쁘다.

석상과 같은 대형 조형물이 내리는 승강 무대도 이 연극의 자랑이다.

하지만 동주앙이 조롱 끝에 지옥으로 떨어지는 결말은 조금 급작스럽다. 석상이 말을 하고, 하늘의 벌을 내린다는 설정은 현실감이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결말을 통해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점에서 신선한 시도로 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한바탕 웃음을 얻고 가기 좋은 공연이다. 4월 3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입장료 2만~5만원. 문의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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