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리비아 공습하고 고뇌 빠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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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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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워싱턴D.C. 송지영 특파원) 미국이 리비아 공습 이후 깊은 고뇌에 빠졌다. 공습 이전 미국의 개입 여부 결정이 고민 수준이었다면 공습 직후 지금은 고뇌에 빠진 모습이다.

이유는 아랍과 미국과의 관계 때문이다. 또한 해외 전쟁에 대한 부담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 공습을 결정하면서도 미군의 역할이 제한적이길 바랬다. 연합군을 지원하는 정도만을 기대했던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군내 한 고위직은 이번 리비아 공습에서 미군의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결코 미군이 리비아 땅을 밟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의회와 언론이 연일 미국의 리비아 개입 깊이를 따지고 들자 오바마 행정부는 깊은 고뇌를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특히 “만일 가다피가 제거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 답변하기 대단히 곤란하다. 그렇다면 장기전 또는 장기 개입인데 애초에 계획했던 것처럼 제한적인 역할, 연합군을 지원하는 수준으로는 이 질문에 답할 수가 없다.
마이크 멀린(Mike Mullen) 합참의장도 최근 “리비아 사태가 어떻게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더 상황이 진전되어야 알 수 있다”는 곤궁한 답변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가안보 보좌관 토마스 도닐런(Thomas E. Donilon)은 "리비아 공습 지휘권이 향후 NATO로 넘어갈 것"이라고 다소 단호하게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당초 의중을 정확히 알 수 있는표현이다. 연합군 지휘권을 넘기면서까지 미국은 리비아 사태에 깊게 또 장기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예전과 다르게 리비아 공습에 심각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지난 10년 가까이 벌어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우선 작용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결국 두 전쟁 때문에 인기 없이 퇴임했다. 오바마는 이라크에서의 전투 병력 철군을 단행했지만, 현재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가지 더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아랍, 중동권의 미국에 대한 시각이다. 가다피의 아들 세이프-알 이슬람은 최근 ABC와 인터뷰에서 “오바마는 좋은 사람으로 또 아랍의 친구로 알려졌는데 왜 리비아를 공습했을까?”라고 비꼬고, “그는 공격 대상을 잘못 찾았다. 엄청난 실수”라고 정책 실패로 꼬집었다. 미국의 리비아 공습으로 중동의 반미 감정을 부채질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일은 오바마가 가장 바라지 않는 것이다.

워싱턴 의회에서는 “오바마가 새로운 전쟁을 시작한 것 아니냐.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한 “가다피 제거가 목적이라면 그 뒤를 이을 지도자, 그룹은 누구냐”는 질문으로 벌써부터 오바마를 괴롭히고 있다.

이에 대해 도닐런 보좌관은 “지난 일요일 오바마 행정부는 리비아의 반군 지휘부격인 LNTC(Libyan National Transitional Council)와 직접 컨택해 ‘미군과 연합군의 작전 때문에 더 큰 재앙을 막을 수 있었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LNTC가 가다피 이후 리비아를 이끌 지도 그룹으로 오바마 행정부는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스턴 대학교의 앤드류 바세비크 교수는 “이번 작전이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단순히 가다피 군의 무자비한 공격을 막는 것만으로는 부분적인 성과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고뇌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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