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은 최근 정체된 임금상승률이 미국인들의 생활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1980년대에는 임금이 물가 상승분보다 많이 올랐고, 은행의 6개월 예금이자가 16%에 육박했으니 그럴만도 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대다수 미국인들의 임금은 그보다 덜 올랐거나 아예 동결됐다. 지난 2년간 사회보장연금 수급자들의 혜택은 조금도 늘지 않았으며, 시중 금리도 전혀 오르지 않았다.
인플레 압박이 미미하다며 저금리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와 미국인들이 느끼는 고통의 크기가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인플레율을 감안한 미국의 평균 가계소득은 2009년 4만9777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보다 0.7% 감소한 것이다.
전미실물경제협회(NABE)는 올해 평균 가계소득은 4만9650 달러로 2009년보다 0.3% 줄고, 내년에는 4만9300 달러로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임금이 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실업률이 높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높은 시기에는 노동자가 과잉 공급되는 만큼 이들의 협상력이 떨어져 임금이 오르기 어렵다.
은행 이자도 미국인들의 삶을 팍팍하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전역의 6개월 평균 예금이자는 0.44%였다. 시중금리는 이보다 더 낮은 0.21%였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저조한 것도 임금인상의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1983년에는 20%가 넘는 미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었고, 이들은 노동계약을 통해 물가를 감안한 생계비를 보장받았다. 노동조합원의 경우, 비조합원보다 임금이 더 빨리 올랐다.
반면 지난해에는 미국 노동자 가운데 노동조합원이 12%에 불과했다. 그리고 조합원의 대다수는 공무원이었다.
금융정보업체 뱅크레이트닷컴의 그렉 맥브라이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최근의 물가상승률이 과거보다 낮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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