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상승 일변도 왜?…"자본주의 시스템 붕괴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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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2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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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금은 지난 30년간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활용돼왔다. 따라서 적어도 2008년까지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오르면 금값도 덩달아 올랐다. 물가가 뛰면 금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불거진 2008년 말 이후 최근까지 금값은 시장시스템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있다. CPI가 하락(디플레이션)하거나 상승(인플레이션)해도 금값은 오름세를 지속할 뿐 물가와 함께 하락하는 법이 없었다.

왜 그럴까.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는 21일(현지시간) 이를 자본주의 시스템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시장이 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금융위기 이후 확인된 금융권의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신화나 채권 매입을 통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공개시장 조작이 장부상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자 투자자들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게 됐다는 설명이다.

결국 시장에서는 자본주의보다는 ‘안전자산’인 금을 신뢰하고 사들이게 돼 금값은 자나깨나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짐 아이루오리오 TJM인터내셔널서비스 이사는 “현재 금값은 불태환지폐에 대한 커져가는 불신을 반영한다”며 “다르게 말하면 안전자산으로서 달러화의 지위가 강등된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라스 콜래스 컨버젝스그룹 수석 투자전략가도 “금은 자본주의에 대한 투표에서 일종의 반대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금을 사들이는 것은) 꼭 금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NBC는 지난 주말 주요 7개국(G7)이 엔고 저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공동 개입하기로 한 것도 금 매수세를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 역시 시장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으로 장부상 자산의 가치가 시장이 생각하는 것보다 낮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일본 대지진 사태와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도 금값 하락을 점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펀드 매니저인 조시 브라운은 “금을 사들이는 것은 누구의 말을 듣느냐에 따라 디플레 헤지도 될 수 있고 인플레 헤지도 될 수 있다”며 “금은 다양한 이유로 다방면에서 투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금값은 지난 주말 대비 0.7%(10.30 달러) 오른 온스당 1426.40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9일 이후 최고가로 금값은 CPI와의 상관관계가 끝난 2008년 11월 이후 80% 이상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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