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강 사장이 입을 열었다. 회사의 자금 사정이 심각한 상황임을 설명했다. 모기업인 LIG그룹이 더이상의 자금 지원을 거부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회생절차 신청이 회사를 살리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알렸다. LIG건설은 결국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국내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47위의 LIG건설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지면서 건설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다음은 어디가 될 것인가하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LIG건설이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 그룹 계열사였다는 점에서 업계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부 대형 건설사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건설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든든한 모기업을 가지고 활발한 사업을 펼치던 LIG건설도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인한 자금 압박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세번의 건설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았던 동일토건은 지난해 말 결국,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채권단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 올초 개시됐으며 지난달 8일에는 워크아웃 중이던 월드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효성그룹 계열 건설사인 진흥기업은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받았지만 결국, 지난달 10일 우리은행 등 채권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처럼 중견 건설사들의 경영이 악화된 가장 큰 이유는 주택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며 사업 다각화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시장 침체로 금융권에서 대규모 자금을 빌려 주택 분양 사업에 나섰으나 미분양·미입주로 인한 미수금 및 금융비용 증가는 회사 경영에 치명타가 됐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중견 건설사의 추가 부도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장 올해 만기가 도래된 건설업계의 PF 대출 규모가 약 1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정부가 저축은행 등 금융권에 대한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이들 PF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을 꺼리고 있어 건설업계에 줄도산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A건설과 B건설처럼 든든한 모기업을 가진 건설사도 우발채무가 수천억원에 이르면서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LIG건설 같은 견실한 것 같았던 건설사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것을 보니 슬픈 감정마저 든다"며 "하나의 종합건설사가 무너지면 관련된 하청 업체까지 수많은 회사들이 파산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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