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연일 리비아에 대한 군사공격을 감행하는 가운데 리비아 뿐만 아니라 예멘·바레인·시리아·모로코·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비율이 높았던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의 정국 혼란에 의한 국내 업체들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정상협 연구원은 “바레인의 상황에 따라 우리 건설사의 향후 수주도 크게 좌우될 것 같다”며 “종교적인 갈등에 의해 주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개입은 물론 미국까지 연결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추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동 민주화 시위가 본격화된 가운데에서도 지난 달 삼성엔지니어링, 대우건설, SK건설 등 5개 업체가 7건의 공사를 수주하며 ‘반짝’ 활약을 보였지만 이마저도 액수가 적어 호재로 작용되지 못하고 있다.
2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23일 현재) 국내 건설사들이 따낸 해외공사 수주액은 총 93건, 82억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기간 기록한 109건, 280억달러에 비해 28%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그동안 해외수주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중동지역의 경우, 현재까지 수주액이 54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기록한 218억달러 규모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해외수주의 물꼬를 터줬던 186억 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같은 대형공사 수주 소식도 올해는 없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중동지역에서 따낸 가장 큰 규모는 대경엔지니어링이 사우디아라바이아에서 올해 2월 수주한 10억 달러 규모의 ‘국가 광케이블망 공사 및 해저광케이블망 공사’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대·대우건설 등 국내 건설사들은 리비아에 잔류하고 있던 필수 인력 78명의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어 공사중단에 따른 미수금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사업의 경우, 기간시설과 달리 현장에서 철수하면 발주처가 ‘공사 포기’를 이유로 대금 지급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미 현대건설은 지난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서만 11억달러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경험했으며, 대우건설도 그 이전 미국의 리비아에 대한 금수조치로 5억달러의 공사비를 수금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의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가 전 세계 원전 건설에 악재로 작용할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 피해에 의해 원자력 에너지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는 것은 물론 이에 따라 신규 원전을 발주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국가별 안전성 측정이나 대책 등이 마련된 이후 신규 발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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