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살얼음판 위에 선 한국 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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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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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 폭발보다 무서운 우리의‘안전 불감증’<br/>국회 지식경제위원장 김영환 민주당 의원  


 정부가 ‘원전 르네상스’를 모토로 원전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재앙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의 원전은 일본과 어떻게 다르고 얼마나 안전한지 돌아보게 된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후쿠시마의 半의 半만한 원자력폭발이 일어난다면, 지난 50년의 우리의 번영과 영광은 쓰나미에 쓸려간 일본 동부의 처참한 모습이 될 것이다. 이번 일에서도 우리가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적어도 우리 자손들의 미래는 없다.

 후쿠시마 원전 건설 당시 배관 전문 현장감독으로 참여했던 히라이 노리오는 95년 고베지진 직후 후쿠시마 원전이 부실공사 덩어리라는 점과 일본의 ‘원전 안전 신화’가 허상임을 생생히 증언했다. 일본 당국은 히라이 노리오의 증언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그러나 일본 당국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전까지 원전의 부실을 은폐했고, 미봉책으로 일관했다. 폐로에 들어 갈 원전을 기간 연장했고, 문제를 점검하고 해결하기는커녕 은폐하고 축소했다. 이 때문에 어제 호미로 막을 일을 오늘 가래로도 막지 못하면서 큰 불행을 불러왔다. 이제 그 재앙은 비가역적이다. 

 내가 지금 놀라는 것은 그동안 일본 당국과 전문가들이 해왔던 언동과 행태가 우리의 것과 너무 닮아 있다는 것이다. 소위 원전 전문가들의 안전 불감증, 정부의 수수방관이 그것이다. 지난 3월 14일 국회 상임위에서 관계자의 증언은 어쩌면 한 치의 변화가 없이 “문제없고요. 안전합니다” 였다. 천길 절벽 앞에 선 기분이었다. 일본 당국과 전문가들의 지난 말과 논리는 그대로 우리의 말과 논리와 같고, 아마 그것은 폭발 전의 체르노빌의 과학자와도 같을 것이다. 

    지난 15년간 내가 지켜본 우리 원전은 살얼음판위에 서 있는 것처럼 불안하다.

    그 이유는 첫째, 우리 원전은 ‘지진에서 안전하다’는 편견 위에서 건설되었다. 나는 96년 초선 국회의원 당시부터 원전 지대의 지진문제를 지적했다. 아직도 우리나라가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가동중인 21기 모두 내진 설계값 0.2g에 지진 강도 6.5까지 끄떡없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우리나라의 지진 위험성을 제기한 1996년까지 원전의 지진 위험성은 전혀 관심 밖의 일이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지금도 그 위험성은 우리의 사고 밖에 있다. 나는 그것을 확신한다. 

 우리 원전은 활성단층 위에 놓여 있다. 원전 반경 50km 이내에서만 78년부터 현재까지 총 123회의 지진이 발생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고리와 울진 원자력을 건설할 당시인 1978년경에 원전의 지진 가능성을 생각했다면 하필이면 어찌 활성단층인 양산단층 월성단층 경주단층 위에 부지를 선정했겠는가! ‘우리나라에는 지진이 없다’라는 예단 위에 우리의 원전은 기획되고 시행되었다. 그것이 진실이다.

 둘째, 98년 나는 울진1호기에서 증기발생기 세관의 결함으로 인해 방사능 물질이 함유된 냉각수가 누설되고 있는 점에 예의주시했다. 발전소 출력을 낮추거나 운전을 정지하고 보수에 들어갈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의 답변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대답은 국정감사 기간 내내 되풀이됐다.

 하지만, 국정감사 기간 중에도 애초 재질을 잘못 썼던 세관에서 냉각수 누설이 계속되었다. 100% 출력을 강행하면 운전 제한치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상황에 닥쳐서야 결국 울진1호기 출력을 75%로 낮추겠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이후 12월 11일 발전을 정지하고 핵연료교체 및 보수에 들어갔다. 그때 상황을 떠올리니 간담이 서늘하다. 

 셋째, 99년 국정감사 당시 나는 우리나라 원전 시공에서 벌어진 부실시공 문제를 밝혀냈다. 89년 울진 원전 1호기 가압기 살수배관에서 설계에 없는 용접 부위가 1곳 발견됐다. 94년 영광 3호기에서 43곳, 4호기에서도 6곳의 용접부위가 발견됐다. 울진 1호기는 조사 작업도 벌이지 않은 채 가동에 들어갔던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보기에 따라서는 원전의 가동을 즉각 중단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나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어찌 이런 일이 원자력에서도 일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99년 당시까지 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의 안전규제기관도 원인규명은 물론 또 다른 미확인 용접부위가 있는지에 대한 확인작업도 실시하지 않았다. 정부가 재조사를 실시하였지만, 결국 우리 원전은 이런 부실 위에서 운전이 시작된 것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돌아보고 또 돌아 볼 일이다.

 원전에서 그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안전 불감증이다. 이 문제에 있어 나는 절망적이고 비관적이다. 우리는 이런 의식으로 와우 아파트에서 성수대교를 건너 삼풍백화점의 신화(?)를 만들어 내었다.

 대통령과 과학자들은 ‘국내 원전은 안전하다’고 강변한다. 정부는 현 계획대로 원전 건설을 확대 추진하려고 한다. ‘돌관자’의 거침없는 모습을 보며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하늘이 도와서 아직 우리가 안전한 것이지 결코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건상 원자력 발전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전에 철저해야 한다. 원전은 ‘원전의 안전성’이 생명력이다. 경쟁력이다. 안전성 없는 원전르네상스는 사상누각이다. 원전의 안전은 결국 사람의 문제이며, 사람의 생각의 문제이다. 지금 원전의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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