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증책임 주체 여전히 환자가 입증” 실효성 의문

지난 11일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이 23년만에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결국 ‘앙꼬 없는 찐빵’이 되고 말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분쟁의 가능성은 의료인으로 하여금 방어적 진료 혹은 소극적 진료를 유발하거나 응급의료 기피 등 환자 치료에 악영향을 미쳐온 것이 사실이다.
법 개정에 따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을 통해 의료분쟁 발생 시 소송이 아닌 조정의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의료인과 환자 모두가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림에 따라 이 같은 문제점들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의료분쟁 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입증책임’의 주체가 여전히 환자인 점은 사실상 법 개정의 무효성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가지고 이제 와서 왈가왈부하는 건 좋지 못하지만 사실상 이번 법 개정은 ‘앙꼬 없는 찐빵’과 다름없다”며 “조정위원회가 있다고 해도 결국 의료사고라는 점을 환자가 입증해야 하기에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의료사고감정단은 의료인 2명, 법조인 2명, 시민단체 1명으로 구성된다. 분쟁절차는 90일 이내에 결론을 내야하며 최대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장기간 소송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짧은 시간 내에 의료사고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환자에게 독소조항이라는 분석도 많다.
정형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최근 관련 세미나에서 “검사출신인 내가 봐도 사건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은데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정보가 없는 환자가 입증하는 것은 더 어려울 것”이라며 “의료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제도가 된다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고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3년만에 개정된 법안이 의료인의 진료권 확보와 환자들의 억울함 해소를 얼마나 만족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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