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가 아니라 ‘슈퍼결핵’이라고요?”

- 2009년 환자 2717명으로 전년보다 10% ↑
- 인식 부족하고 약물치료만 18개월 소요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20대 직장인 최혜정(가명)씨는 최근 감기 증상이 계속되자 병원을 찾았다. 환절기에 찾아온 단순 감기로 생각하고 진료를 받았지만 진단명은 놀랍게도 결핵 중에서도 치료가 어렵다는 ‘슈퍼결핵’이었다.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국가에서 발병률이 높아 일명 후진국병으로 불리는 결핵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매년 3만명 이상의 새로운 결핵환자가 발생하며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률은 88명, 사망률은 5.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한다.

국내 결핵환자는 가장 경제적 활동이 왕성할 나이인 20~40대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슈퍼결핵’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슈퍼결핵 환자는 2008년 2330명에서 2009년 2717명으로 10% 이상 증가했다.

슈퍼결핵은 오랜 기간 비싼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데 반해 치료성공률은 일반 결핵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 인식부족으로 슈퍼결핵 증가
슈퍼결핵이 증가하는 것은 슈퍼결핵 환자에 의한 직접 감염과 환자의 인식 부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결핵균의 전파는 폐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가래에 있는 균이 주위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가 일어난다. 환자가 뱉어내는 균의 수가 많고 가깝게 접촉할수록 접촉기간이 길수록 감염 가능성이 높다.

결핵에 감염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약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슈퍼결핵 환자로부터 나오는 비말 입자를 흡입하면 슈퍼결핵에 감염돼 치료가 어려워진다.

이미 결핵을 가진 환자의 경우에도 슈퍼결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처음 결핵을 치료하는 사람은 결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증상이 호전되면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규칙적으로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결핵약을 불규칙하게 복용하는데 이때 결핵균이 약제에 내성을 갖게 되면 슈퍼결핵으로 변종된다.

◆ 약물치료에만 18개월 소요
결핵 치료는 항결핵 화학요법을 기본으로 한다. 장기 기능의 손상이나 합병증에 대한 치료가 함께 이뤄지기도 하며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감수성이 있는 결핵균은 1차 치료약으로 3~4가지를 6개월 이상 매일 복용하며 치료한다. 감수성은 결핵균이 특정 결핵약에 잘 죽는지 아닌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감수성이 높다는 것은 특정약에 균이 잘 죽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슈퍼결핵을 치료할 때는 치료 기간이 평균 18개월 이상으로 일반 결핵에 비해 3배 가량 길다. 슈퍼결핵 환자는 감수성을 보인 1차약을 포함해 5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해야 하며 적어도 한개 종류 이상의 주사약이 포함된다.

약물을 불규칙하게 복용하면 약물치료만으로는 완치가 어려워진다. 이처럼 약으로 결핵이 치료되지 않는 경우 폐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상학 가톨릭대학교 성바오로병원 호흡기센터 교수는 “슈퍼결핵은 조기에 치료하지 않을 경우 환자 절반이 3~7년 이내에 사망할 만큼 치명적으로 증상을 모르고 지나쳤다가는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며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결핵에 감염돼도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자칫하면 모르고 지나치기 쉬워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핵의 1차 치료에 실패해 내성이 생긴 이후에도 경험 있는 전문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는다면 한번 정도는 치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꾸준한 치료를 당부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