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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진의 육조거리24시] 종교계의 정치개입 차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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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2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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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한 대형교회. 이 교회 장로인 A씨는 개신교 신도 1000여명이 참석한 대예배 시간에 대표로 기도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다. 기도가 시작된 지 1분 정도 지났을 즈음, 예배당 여기저기서 적지 않은 동요가 일었다.
 
 A씨는 "정부가 추진하는 이슬람채권법은 아무런 경제적 이득도 없고, 하나님 뜻에 반해 사탄의 돈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므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야 한다"고 기도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한주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예배당에 모인 신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이날 예배가 끝난 뒤 A씨의 기도 내용을 문제삼았다. 민감한 정치적인 현안을 예배당에서 '사탄의 돈' 운운하며 기도 내용으로 활용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A씨의 기도 논란은 이미 적정 수위를 한참 넘어버린 종교계 일탈의 단면에 불과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일부 기독교 단체들은 지난 2월 이슬람채권법이 국회서 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협박을 일삼았고, 길자연 한기총 대표는 여당 대표에 대한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이명박 대통령 ‘하야 운동’까지 운운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이슬람교의 국내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기독교계의 반발에서 비롯된 이번 사건은 종교의 정치개입 문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개신교 원로들이 최고 국정 통수권자조차 안중에 없이 도를 넘은 발언을 쏟아내는 판인데, 그들이 주관하는 교단에서 매주 어떤 내용의 설교가 행해질 것인지는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신도들이 정신적인 지도자로 추종하는 목사가 설교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가 정치적인 목적을 수반할 경우 그 부작용은 헤아리기 어렵다. 왜곡된 여론을 조장하고, 공정하지 않은 민심을 유도해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종교계를 어려워하고 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속사정 역시 '표심'을 좌우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영향력 때문이다.
 
 한 개신교 원로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개인 혹은 단체로 국가 정책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 종교인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으로서의 정치 참여는 반드시 종교의 울타리 밖에서 이뤄져야 한다. 종교활동에 대한 혜택으로 '조세납부의 의무'조차 면제받는 종교인과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일반 국민들의 참정권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
 
 종교의 정치개입을 방치할 경우 그 결과는 끔찍한 재앙으로 되돌아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개신교 뿐만 아니라 종교계 전체의 반성과 자숙이 필요하다고 본다.
 
 종교의 정치 개입과 갈등은 인류 파멸을 초래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고, 그 비극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교단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정치적인 활동을 차단하는 것은 그런 비극의 씨앗을 없애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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