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오바마가 잘했다고는 할 수 없다” 공화당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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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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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워싱턴D.C. 송지영 특파원)미 공화당이 미국의 리비아 공습 참여를 놓고 발언 수위를 조절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재선에 나설 오바마 대통령과 차기 대권을 놓고 한판을 벌일 공화당 내 예비 후보들은 자신의 기존 발언까지 번복하면서 오바마를 견제하고 있다. 리비아 공습 이후 가장 많이 나온 비판이 “오바마가 자신의 전쟁(his own war)을 이제 시작했다. 의회의 승인도 없이 이럴 수 없다. 출구 전략은 있나. ”는 것이다.

바로 지난주만 해도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가 리비아의 카다피 제거에 왜 나서지 않느냐. 우유부단하다. 대외 정책 결정자로서 자질이 없다”는 비판을 쏟아 냈다.

오바마의 적극성 부족 등을 비판하던 의견이 이처럼 바뀐 이유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영국, 프랑스와 함께 미국이 지난 일요일 리비아 공습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음 속으로는 이번 공습으로 카다피가 하루 빨리 제거되길 바라면서도 대권 경쟁자인 민주당의 오바마가 잘했다고는 할 수도 없어 발언에 매우 조심하는 모습이다.

LA타임즈에 따르면 뉴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2주 전만해도 “지금이 바로 카다피를 제거할 때다. 당장 단행해야 한다”며 오바마가 시급하게 군대를 사용하지 않음을 비판했다. 지금 그는 이렇게 비꼬고 있다. “뉴스의 (적나라한) 공습 보도와 기회주의만 빼면 이번 리비아 공습에서 제대로된 개입의 모범을 말하기 어렵다.”

입장을 이처럼 바꾼 데 대해 그는 “리비아 개입의 유일한 합리적 목적은 카다피 제거”라며 “이는 오바마도 지난 3일 말한 것이다. 이 발언 이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미국에 패배를 안겨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모호한 해명을 했다.

9.11 테러 이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만 치루다 인기 없이 조용히 2년전 퇴임한 조지 부시 전대통령이 갑자기 이들의 ‘영웅’이 되고 있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은 모호한 표현이나 우유부단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며 오바마를 비난하고 있다. 리비아 공습 이전에는 듣기 어려운 발언이다. 또한 이들은 “리비아 공습같은 건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정을 기다리면서 하는 것이 아니다”는 도가 넘는 발언도 하고 있다. 부시 전대통령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단독으로 결정했으며 유엔을 비롯해 프랑스 등 서방국가들과도 마찰을 빚기도 했다.

또 하나의 대권주자 후보인 전 메사츄세츠 주지사 미트 롬니도 “난 리비아에서의 군사 행동에 찬성한다”면서도 “오바마는 유엔과 아랍 리그의 말을 들으면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오바마는 우유부단하고 무기력하며 무언가 확실한 것이 없다”며 부시 전 대통령과 비교를 시도했다.

언행이 가볍기로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있는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는 오바마의 이번 결정을 원색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더 단호하게 했을 것”일라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리비아 공습이 성공을 거두고 카다피가 제거되더라도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가 이번 작전을 참여하면서 너무 우유부하고 단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할 전망이다. 권력 이양이나 민주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잡음을 오바마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린다는 분석이다.

만일 카다피가 제거되지 않거나 제거되더라도 오래 버틴다면, 공화당 의원들에게는 더 큰 '먹이감'이 주어진다. 오바마가 조지 부시 스타일로 전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민주당이나 공화당 모두 주도적인 목소리는 리비아 공습에 찬성하면서도 각자의 입장에 따라 오바마를 견제하는 발언을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의 전쟁”이라고 평가되는 리비아 사태의 추이에 따라 그의 재선 가도에 분명한 영향이 있을 전망이다.



(아주경제 송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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