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조선시대, 한 선비가 억울하게 죄를 입고 유배를 떠났다. 그 부인의 심정은 어땠을까? 남편을 하늘이라 알고 살아온 여인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다. 그러나 놀란 마음을 억누르고, 낯선 곳에서 홀로 어려운 삶을 꾸려가야 하는 남편을 위해 두고두고 먹을 음식을 장만하며 짧은 편지로나마 자잘한 가족의 일상을 전했을 것이다. 그 음식과 편지를 받아 든 남편은 차마 소리 내어 울지는 못해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으리라.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의 예능보유자 김영기 명창이 가곡의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기념, 무형문화재 공개행사의 일환으로 ‘김영기 여창가곡-새로운 노랫말’ 공연을 4월 14일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갖는다.
가곡은 시조에 담긴 문학적 아름다움을 실내악 반주에 맞춰 부르는 전통 성악곡으로 목소리와 실내악 선율의 흐름이 조화로움을 이루는 고품격 노래다.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지정됐으며, 2010년 11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번 공연은 그동안 악보로만 존재해 오던 미발표된 가곡을 조금 더 편안하게 대중과 함께 호흡하기 위한 콘서트 형식으로 이뤄진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옛 시의 감성을 조선시대에 멀리 떨어져 살아야 했던 어느 부부가 주고 받는 애틋한 편지 형식에 담아 전한다. 가곡 이수자인 젊은 가객 박민희, 김희성이 마음을 담아 읽는 편지글에서 관객들은 옛 사람들이 시를 짓고 노래하던 마음을 느끼고 어느 새 노래와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반인들의 가곡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현대시조를 공모해 선정된 작품을 가곡의 선율에 얹어 노래한다. 가곡은 과거의 노래가 아니라 과거로부터 현재를 관통하고 있는 살아있는 음악이다.
늘 푸른 소리로 자연과 사랑을 노래하는 김 명창의 이번 공연에서는 우조 이수대엽 ‘창오산’. 우조 평거 ‘일정 백년을’, 우조 두거 ‘지족이면’, 우조 우락 ‘군불견’, 계면조 중거 ‘이화에’, 계면조 평거 ‘누구나’, 계면조 두거 ‘천지는’, 계면조 편수대엽 ‘월일편’과 현대시조 공모선정 작품 ‘山寺의 봄’ 작품을 선보이며, 담백한 정심(正心)으로 가곡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