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은 최근 ‘애플의 삼성전자 비하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는 주주의 질의에 끝내 입을 다물었다.
지난달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를 발표하면서 삼성전자를 두고 ‘카피캣’(흉내쟁이)라고 비하했다. 지난해 실적발표 당시 “7인치 태블릿(삼성 갤럭시탭)은 도착 즉시 사망(DOA)할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재차 도발에 나선 것.
여기에 최근에는 애플 측에서 부품가격 인하를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패드 등 새 제품의 가격을 크게 낮추고 있는 애플로서는 부품가격 인하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같은 애플의 움직임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78억 달러(8조6000억원 상당)에 달하는 부품을 공급하는 애플과의 대립각을 세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은 올해부터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의 최대고객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는 애플에 메모리반도체과 모바일AP를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 삼성SDI는 리튬이온배터리를 공급한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클리어LCD와 슈퍼아몰레드 역시 부품공급과 관련해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 내부에서도 애플에 대한 매출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지 않다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에 장착해야 할 모바일AP 반도체가 부족해 타사 제품을 병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애플의 물량 주문이 늘어나면서 모바일AP 품귀현상이 이어지고 결국 자사 제품의 부품수급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울러 이같은 갑을관계가 계속되면 스마트 시장에서의 경쟁 역시 수월치 않다. 이에 삼성전자는 부품 차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자사 반도체에 ‘엑시노스’란 브랜드를 붙인 것도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한 것. 소비자들이 직접 ‘엑시노스’를 찾게함으로써 고객사들이 삼성 반도체를 구입해야 하는 구도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수십년간 부품은 부품, 제품은 제품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성장을 거듭해왔다”며 “부품 역시 제품과 마찬가지로 차별성을 갖춘 품질과 브랜드를 강조해 고객사들이 먼저 찾는 위상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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