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조가 매각을 반대하며 최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데 대한 하나은행 노조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다.
동료 기자로부터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기자는 하나은행 노조도 '점령군'의 자세를 갖고 있다는 데에 적잖게 놀랐다.
해당 발언은 두 기관이 하나가 될 경우 외환은행 직원들의 신변에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전제가 깔려 있다. 외환은행은 피점령군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상황서 하나은행 노조는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적극 지지하며 금융당국은 책임있는 자세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인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반대해 봤자 경영진에게 밉보일 것이 뻔하고, 어차피 인수가 될 것이라면 사측의 손을 들어줘 점수를 따 놓자는 판단이다. 조직 내에서 '굴러온 돌'에게 자리를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결국 사(社)를 위한 노(勞)를 선택한 것이다. 하나은행 노조 집행부 입장에서는 외환은행 노조원 문제는 애초부터 ‘남이사’였던 셈이다.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보자.
하나은행 노조는 금융시장이 무한경쟁 체제로 돌입했고 경쟁력 있는 금융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는 것을 인수 지지의 논거로 삼았다.
그렇다면 금융기관 규모의 경제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KB·우리·신한 등과 하나금융을 합하는 시나리오라면 어땠을까. 4대 금융지주사 중 큰 한 곳과 작은 한 곳을 합쳐 메가뱅크를 만드는 안이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에도 이 관계자는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묻고 싶다.
개미집단 중 일개미 30%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30%로 개미집단을 새로 꾸릴 경우 이중 70%는 열심히 일하는 반면 30%는 논다. 이 같은 현상은 인간 세상에도 나타나고 있으며 각 기업들은 인력운용에 이 같은 법칙을 적용하고 있다.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살아남는 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환경적 변화, 즉 구조적인 문제란 얘기다.
두 기관의 결합을 앞둔 하나은행 노조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본다. 서로 경쟁회사이지만 같은 노동자로서 상도의(?)는 지켰어야 했다.
앞으로 두 기관의 합병 뒤 조직 간, 직원 간 화학적 결합이 어떻게 진행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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