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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쓰나미에 취약한 SOC-(하)] 지진대책도 냄비근성, 시간 지나면 '유야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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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2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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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내진설계제도도 허점 투성이<br/>관련법 발의 이어지지만, 통과 불투명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최근 일본 등 해외에서 대형 지진으로 큰 피해가 발생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 피해를 막기 위한 갖가지 방법들이 쏟아지고 있다. 기존 건축물과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시설들의 내진 성능을 다시 검토하고, 내진설계 기준을 높이는 등의 대책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중 얼마나 제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1월 아이티, 3월 칠레, 지난 11일 일본 등 큰 지진이 터질 때마다 경쟁하듯 선보인 건축물 내진 강화 대책 가운데 지켜진 것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 허점투성이 내진제도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지난해 10월 실시된 국정감사에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은평·동대문·서초·금천·성동구 등 서울 5개구에서 2008~2010년 현재까지 건축허가를 받은 건물 1283건 중 내진설계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 전체의 58.6%인 753건에 달했다.

부적합 사유로는 구조안전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한 건이 64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구조안전확인서를 공란으로 비워둔 경우도 78건이었다. 구조안전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하면 건축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나 해당 구청들은 이를 확인조차 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상으로는 내진 설계가 돼 있는 건축물이지만 실제로는 지진에 무방비 상태인 것이다. 내진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으나, 허점을 이용한 불법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내진설계 구조 안전확인서의 허위 작성을 막기 위해 지난 2009년 12월 내진설계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작성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며 "또한 내진설계 전문지식을 가진 건축구조기술사가 6층이상 건축물의 설계에 반드시 참여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 건축사가 내진설계를 확인한 건축물은 부적합율이 80.7%에 달했으나 건축구조기술사가 내진설계를 확인한 건축물은 모두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 대책 남발, 이후 나몰라라

지난 11일 일본에서 대형 지진이 발생하자 , 정부는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3일 후인 14일 국토부 차관 주재의 대책회의가 열렸고, 이에 대한 결과로 3층 미만, 연면적 1000㎡ 미만 건축물의 내진보강 기준을 새로 마련키로 했다. 기획재정부도 다음달 말 각 부처에 내려보낼 2012년 예산안 작성지침에서 주요 SOC시설물의 내진 보강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회에서도 지진 대책 관련 법안들의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에 따르면,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최근 모든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도 국내 건축물의 84% 이상을 차지하는 2층 이하 소규모 건축물에 내진설계를 적용하는 법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들 법안들이 언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민간 건축물에 내진 보강을 하면 조세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지진재해대책법'은 지난 2009년 3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까지 계류 중이다.

이처럼 지진 관련 대책들이 쏟아지지만 결과는 미미한 가장 큰 이유는 공사비와 건축비 증가라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지진 중 진도 3.0 이상은 연간 5회 내외에 불과하고, 실질적인 피해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강력한 내진 대책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 건축기술관련 연구원은 "외국에서 대형 지진 피해가 발생할 때면 국내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없었던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내진 설계에 따른 공사 비용 증가 등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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