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정책은 시장을 왜곡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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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3-3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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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건설부동산부 부장
(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예정했던 일반분양 일정을 속속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조합과 시공사간에 일반분양가 산정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성동구 옥수12구역은 분양 계획을 유보시켰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을 때 사업 수익성을 한 번 더 검토하기 위해서다. 3월 분양 예정이었던 마포구 신공덕6구역 역시 분양 시기를 연기했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한 곳은 대부분 상황이 비슷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한제가 폐지되면 분양가를 올릴 수 있고 조합(원) 입장에서는 그 만큼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강남3구에 속한 정비사업 조합들은 “왜 우리만 맨날 피해를 입어야 하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조속한 시일내에 폐지하겠다(3.22대책)는 발표가 나오면서 시장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이는가 하면 상한제 폐지 문제가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물론 상한제가 폐지되면 상한제와 연계된 재당첨금지나 전매제한 등의 규제도 따라서 풀리기 때문에 일정 부분 거래 활성화 요인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상한제 폐지는 기본적으로 거래 활성화 보다는 공급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다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논란은 여전하다. 시장논리에 반하는 규제일 뿐만 아니라 민간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서도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집값 안정을 위해서라도 상한제는 유지돼야 한다는 반대측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상한제가 폐지되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분양가 상승이 다시 주변 집값을 끌어 올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또 고분양가로 미분양이 양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분양가 거품 제거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제는 정부의 의도대로 분양가 상한제가 이른 시일 내에 폐지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국회 통과라는 산을 넘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분양가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이미 2년 전에 국회에 상정돼 있지만 야당의 반대로 지금까지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쉽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야당인 민주당의 입장이 변한 것은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 유지는 여전히 민주당의 당론이다.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 역시 그다지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4.27 재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에 벌써 마음이 가 있는 듯하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면 발표에 앞서 여야합의를 이끌어 냈어야 했다. 그래야 정책의 ‘약발’도 먹히고 시장도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타이밍(시점)’이 맞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 설익은 대책이 시장만 왜곡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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