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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가 이번 대장정을 끝으로 장기공연의 마침표를 찍는다. 공연은 5월 29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블루서. |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무대 뒤켠엔 창문 밖으로 물줄기가 흐른다. 형 동욱을 떠나 집을 나갔던 동생 동현이 7년만에 다시 찾아왔다. 아주 오랜만의 재회지만 둘은 서로간의 생각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갈등한다. 이때 이 형제의 화해를 돕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이벤트 회사 여직원 유미리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이하 사비타)’는 이렇게 세 명만으로 극이 진행된다. 무대도 거의 변동이 없다. 동욱, 동현 형제의 집이 주요 배경인 이 작품 속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두 대의 피아노다. 피아노는 이 두 형제의 꿈과 우애, 화해를 의미한다.
가출하기 전 피아노를 전공하는 음대생이었던 동현과 음악선생님인 동욱. 둘에게 있어 피아노는 삶의 일부이다.
이제 뒷바라지는 그만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가라고 말하는 동생과, 자신의 헌신을 무시하고 꿈을 포기하는 동생이 서운한 형은 서로의 진심을 전하지 못한 채 다툼만 계속한다. 이때 유미리는 둘의 싸움을 말리며 화해를 유도한다.
좀처럼 티격태격함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던 이들이 두 대의 피아노에 각각 앉아 재즈 변주곡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이 장면이 바로 사비타의 최고의 장면. 두 대의 피아노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중심에서 멈춰선다. 나란히 연주하는 두 형제는 이제껏 전하지 못했던 화해의 말을 무언으로나마 하게 되는 것이다.
'사비타'에서 또 다른 볼거리는 바로 감성적인 배우들의 노래다. 애잔한 감정을 실은 배우들의 노래는 가슴을 울린다. 특히 동욱, 동현, 유미리가 함께 부르는 부분에서는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사비타에는 요즘 흔히 내세우는 막장, 폭력 등 선정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 따뜻한 형제애와 그들의 성장통,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있다. 소중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기에 전 세대에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단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유미리로는 조금 부족한 듯한 무대 위의 역동성이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스토리를 코믹적인 요소로 살려내고는 있지만 뮤지컬의 최대 장점인 다이나믹함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그래도 잔잔한 감동과 서정적인 느낌을 전하는 데 있어서는 충분하다. 특히 배우들의 피아노 실력도 감탄할 만 하다.
17년이라는 역사를 간직한 창작뮤지컬 사비타는 이번 대장정을 끝으로 장기 공연의 마침표를 찍는다. 마지막 대장정에는 김성기, 김장섭, 임춘길, 김법래, 최성원, 백민정, 소유진, 홍록기, 라이언 등이 함께한다. 5월 29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블루서 공연. 전석 4만원. 문의 764-78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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