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암살된 안와르 사다트 전 이집트 대통령의 종손녀가 최근 카이로 교외에서 유괴됐다 풀려났으며, 남부 도시 소하그에서는 대낮에 행인을 겨냥한 강도가 활개를 치고 있다.
AP통신은 4일(현지시간) 경찰력 약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을 틈탄 범죄가 활개를 치면서 이집트가 범죄자들의 난투장이 됐다며 무바라크 축출 이후 범죄가 200% 급증하면서 무바라크 시절에 대한 일종의 향수마저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수도 카이로에서는 사다트 전 대통령의 종손녀인 제이나 에파트 사다트(12)가 자가용을 타고 카이로 북부의 헬리오폴리스로 등교하던 중 차량 2대에 나눠 탄 무장 남성들에 유괴됐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관들에 따르면 범인들은 사다트가 타고 있던 차를 가로 막고 운전사에게 폭력을 휘두른 뒤 사다트를 자신들의 차에 태워 데려갔다. 사다트는 아버지가 몸값을 지불한 뒤 4일 풀려났다.
유괴 사건이 증가하면서 카이로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를 학교에 보내길 꺼리고 있으며, 지중해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무장 경비를 자원한 주민들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다 주고 있다.
유괴뿐 아니라 무장 강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카이로 남쪽 빈민 도시 소하그에서는 최근 대낮에 도심에서 행인을 강탈하는 무장강도가 횡행하고 있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아시우트에서는 학생 2명이 벌인 다툼이 총격전으로 비화하면서 5명이 사망했다.
이집트에서 지속되고 있는 치안 공백 상태는 18일 간의 반체제 시위와 일련의 관련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도한 공권력 사용으로 대중의 비난을 받았던 경찰은 시위 시작 사흘 만에 거리에서 철수했고, 교도소에서 범죄자 수천 명이 탈출했으며, 경찰서 수십 곳이 습격당하고 화염에 휩싸이면서 구금된 범죄 용의자들이 탈출하고 총기가 약탈당했다.
시위 기간 거리에서 철수했던 경찰은 복귀했지만 수가 줄었고, 교통법규 위반을 비롯한 위법행위 단속에 예전처럼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내무부의 치안 책임자인 모흐센 무라드 소장은 지난 2-3월간 범죄가 작년 동기에 비해 몇 배 늘었다며 “경찰의 사기가 매우 낮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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