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지현 기자)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식품업체들이 설탕, 밀가루 같은 소재식품에 이어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을 올리기 시작함에 따라 다른 업체들의 도미노식 인상도 계속될 전망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제당업계는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연이어 설탕값을 9~10% 올린 데 이어 동아원이 이날부터 밀가루 가격을 8.6% 인상했다.
다른 제분업체들도 조만간 값을 올릴 계획이다.
해태제과는 홈런볼, 오예스, 후렌치파이, 에이스 등 과자 24개 품목의 유통업체 공급가격을 이달 1일부터 순차적으로 평균 8%가량 올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최근 펩시콜라, 사이다 등 납품가를 5~10% 올렸다.
유니레버는 일부 유통업체에 립톤 아이스티 10여 개 품목에 대해 평균 10%가량 가격 인상을 요청했으며 협상을 거쳐 이주 안에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수입맥주 밀러도 10여 개 품목에 대해 평균 5%가량 값을 인상하는 방안을 유통업체와 협의 중이다.
CJ제일제당은 이달 1일부터 백설유 콩기름 제품 가격을 평균 8.5%, 튀김유 제품 가격을 평균 6.8% 인상했다.
소매가 기준으로 백설유 콩기름(1.8ℓ) 소매가격은 6천80원에서 6천650원으로 9.4% 올랐다.
장바구니 속 가공식품에 이어 외식음식의 가격도 오르고 있다.
버거킹은 지난달부터 콜라 값을 1천500원에서 100원 올리고 콜라가 포함된 일부 세트메뉴 값도 100원씩 인상했다.
한국맥도날드는 1일부터 런치세트 메뉴를 최대 300원, 던킨도너츠는 베이글 일부제품을 100원씩 올렸다.
이번 가격 인상은 1~2개 업체에 그치지 않는 '전방위적 인상'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른 제과·제빵·음료·빙과·라면 업체들도 빠르면 1~2주, 늦어도 이달 안에 제품 가격을 잇달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원가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한 식품업체들의 '볼멘 소리'가 높아지며 설 명절을 전후로 정부가 앞장서서 가격 인상을 억제하던 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이다.
지난해부터 곡물, 채소, 포장재 등 각종 원자재 값이 오를 때도 식품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만 말할 뿐 정부 눈치를 보면서 실제로 인상에 나서지는 못했으나 이번에는 "조만간 값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을 꺼내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원가 상승 압박은 오랫동안 계속 돼왔던 것이고 선두업체가 나설 때만 기다리고 있다"며 "조만간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일부 오픈마켓(판매자가 인터넷 사이트의 중개로 상품을 판매하는 곳)에서는 판매자들이 식품 제조업체들의 납품가 인상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가격 인상을 준비하고 있다.
11번가는 거래 판매자들이 이달 중에 우유, 라면, 커피 등 3개 품목 가격을 올리겠다고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또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가 퍼지면서 이 오픈마켓에서 지난 3월 라면, 커피, 생수 등 매출이 2월보다 각각 30%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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