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의 여파로 우유 수급이 여전히 불안정한 가운데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을 부쩍 받고 있는 제품이 있다. 흔히 멸균 우유라고 잘 알려진 무균 상온 우유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상온에서도 안전하게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최근 한 온라인 쇼핑업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제품군의 소비 수요가 부쩍 증가, ‘구제역 수혜주’라는 말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구제역 파동 이전의 무균 상온 우유에 대한 인식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무균 상온 우유는 국내 유제품 시장에서 이렇다 할 입지를 굳히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전체 우유 시장의 크기는 리테일 판매를 기준으로 했을 때 1조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중 무균 상온 우유의 시장 규모는 10%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우유 중 대다수는 냉장 제품이고 소비자들은 그 맛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이에 반해 상온에서도 보관이 가능한 무균 상온 우유에 대한 인지도는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그런 제품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소비자가 많으며, 알고 있다 해도 일반 냉장 우유와의 차이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상온 무균 우유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정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냉장 보관이 곧 신선함을 의미한다고 믿는 기존의 인식 때문에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무균 상온 우유에 별도의 첨가물이나 방부제가 들어 있을 것이며, 처리 과정들도 인해 영양가나 품질이 낮을 것이라고 추측을 한다. 무균 상온 우유의 유통기한이 일반 냉장우유 제품에 비해 상당히 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종이팩에 담긴 무균 상온 우유 제품 또한 일반 냉장 우유와 마찬가지로 방부제를 따로 첨가하지 않는다. 영양 성분표 상으로도 차이가 없다. 장기간 상온 보관이 가능한 이유는 ‘무균 포장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무균 우유의 종이팩 포장지를 공급하고 있는 스웨덴 패키징 기업인 테트라팩의 경우, 6겹 (일반 냉장 우유 제품 포장은 3겹)의 무균 포장 기술을 통해 소비자들이 상온에서도 장기간 제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 기술은 외부 공기나 햇빛을 거의 완벽하게 차단하기 때문에 별도의 보존제 없이도 우유의 신선도를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기존 냉장 우유 제품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입맛에는 무균 우유의 맛이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무균 상온 우유라는 제품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를 하고 있다면 필요에 따라 제품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상온에서도 안전하게 보관이 가능하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냉장 보관이 쉽지 않은 야외 나들이나 제품이 상하기 쉬운 무더운 여름철에 무균 상온 우유는 요긴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동 보관이 쉬워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우유 한 팩으로 손쉽게 아이들 영양을 챙겨주는 것이 가능하다.
서방 선진 낙농국가에서는 이러한 무균 포장 기술과 함께 무균 상온 우유 제품이 보편화되어 있다. 제품군 또한 다양해서 소비자들이 냉장 우유만큼이나 종이팩에 담긴 무균 상온 우유 제품 또한 필요에 따라 폭 넓게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무균 상온 우유를 담는 용기인 종이팩은 그 자체로도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냉장 배송이나 보관이 따로 필요 없어 탄소배출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국내 유제품 업계 또한 상품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구제역 파동을 계기로 앞으로 무균 상온 우유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에 어떤 변화가 생길 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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