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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의 생트집> '수상한 고객들' 멍때리는 배우, 그리고 '잘난'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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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0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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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괜한 시비가 아니다. 아니 괜한 시비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계 종사자로서, 또 신생매체의 영화 담당기자로서 현장에서 느낀 소회를 올릴 공간과 자격 정도는 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김재범의 ‘생트집’. 까닭이 있든 없든 기자의 생트집은 전적으로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수상한 영화 한 편이 공개됐다. 제목부터 ‘수상한 고객들’ 이란다. 영화 소개와 내용들을 미뤄 짐작하면 그냥 별반 다를 바 없는 코미디 영화다. 뭐 다른 매체 기자들의 여러 평가와 번쩍번쩍 빛나는 수사가 붙은 내용들이 온라인 포털사이트를 도배했다. 이미 결과를 인지한 상태서 선입견이 필자의 눈을 가로막고 있기에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먼저 장담한다. 생트집이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는 둘째 치고 배우와 영화 홍보를 전담한 한 홍보사의 형편없는 언론 응대에 대한 비아냥이다. 사실이 그렇기에 필자 본인의 이름이 내걸린 본 코너를 통해 고해성사나 다름없는 치부를 드러낸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치민 부아를 참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 설명은 생략하겠다. 포털사이트에서 영화 제목 여섯 글자만 치면 쏟아지는 여러 리뷰 기사를 대신해 주길 바란다. 결론은 그저 그런 코미디다. 이미 여러 번 언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음 장면이 예측되는 스토리가 이번 영화의 강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란 말도 상당한 순화를 거친 표현이다. 상업 영화의 형태나 모양새가 별반 다르지 않기에 넘어가겠다. 애초부터 ‘수상한 고객들’이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지향한 콘텐츠가 아니란 것은 우리 동네 ‘바둑이’도 아는 사실이기에.

영화 담당 기자라면 당연히 해당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문제점 또는 출연 배우들과의 만남을 통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의무가 있다. 솔직히 이점도 꽤 포장된 발언이다. 그냥 단순히 영화 담당 기자의 일거리 차원이라면 딱 들어맞는다. 어차피 모두 밥 벌어 먹자고 하는 짓 아닌가. 해당 영화 제작자 및 배우들이나 영화 담당 기자 모두 자기가 맡아서 할 일이 있는 것이다. 기자인 필자 역시 기자로서의 할 일을 하고 싶고 해야만 한다.

그 일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게 배우 인터뷰다. 언론 시사회가 지난달 31일 열렸다. 현재 영화계의 언론 응대 시스템은 외주 홍보대행사가 총괄한다. 필자가 기자로서 첫 발을 내딛은 2003년과는 좀 다르다. 문제는 이들 홍보 대행사가 언론사의 취재 현장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언론시사회 일주일 전 해당 홍보 대행사를 통해 배우들의 인터뷰 일정을 조율한 바 있다. 스케줄 확인 뒤 연락을 주겠단 답변이 왔다. 그리고 언론시사회 다음날 단 여섯 글자의 회신을 받았다. “안되겠습니다.”

거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물론 해당 분야 기자로서 당사자로부터의 취재 거부라면 합당한 이유와 함께 정중한 의사가 동반된다. 당시 회신 내용은 앞의 전제가 무시된 여섯 글자뿐이었다. 더욱이 일주일 전 인터뷰 요청 의사 전달을 시작으로 해당 홍보사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통화 했지만 담당자와는 말 한마디 섞어 보질 못했다. 필자의 역량 부족인지 홍보사의 일방적인 ‘잘라내기’ 인지 아니면 필자의 인터뷰 요청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곱씹어 봤다.

어렵게 담당자와 통화가 됐다. 불문곡직하고 인터뷰 거절 사유를 물었다. 너무 늦게 요청을 했고, 여러 매체가 해당 배우에게 집중된 까닭이란다. 좋다. 해당 홍보사에선 어떤 기준으로 인터뷰 매체를 선별하는지 물었다. 전화기 너머로 실소에 가까운 비웃음이 전달돼 왔다. 필자의 귀가 보청기를 필요로 할 나이는 아니기에 이렇게 언급한다. 만약 이 글을 문제의 담당자가 읽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잡아 뗄 것이다. 필자 역시 증명할 길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증명이라면 필자의 귀와 뇌가 기억하는 무형의 잔상뿐이다. 그리고 그 잔상이 지금의 치민 부아로 흘러나와 손가락 끝을 움직이게 만들 뿐이다.

정리한다. 단순하다. 기자에게 아주 사소한 일거리 가운데 하나인 인터뷰 요청을 거절당했다. 해당 홍보사가 중간에서 그 일정을 조율한다. 필자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요청을 했다. 그런데도 거절당했다. 합당한 이유를 전해왔지만 딱히 납득은 않된다. 대놓고 물어봤다. 언론사의 ‘네임벨류’가 문제였냐. 실소가 전해져 왔다. 이후에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판단 권한을 넘기겠다. 아마도 해당 홍보사는 떨어지는 네임벨류 매체의 독자라면 판단력 또한 떨어지기에 별반 상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끝으로 배우의 자질 또한 거론한다. 류승범이란 배우. 대한민국이 알아주는 연기파이자 실력파다. 편당 억대에 가까운 출연료를 받는 배우다. 프로 중의 프로 배우다. 프로라면 어느 순간에서건 ‘멍’때리지 말고 집중하는 순발력과 기술은 필수다.

자 한국시리즈 7차전 상대팀과의 전적은 3-3. 마지막 타자는 류승범. 투 아웃에 볼 카운트는 투 스트라이크 쓰리볼. 상대 투수가 마지막 회심의 볼을 던졌다. 그리고 타자는 아웃. 팀은 패배. 류승범 선수 해명이다. “한국시리즈처럼 큰 무대를 처음 서봐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이게 변명인가. 아니면 이해해달라는 강요인가. 프로란 자질에 대해 꼭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 이유에 대해 꼭 물어보고 싶었지만, 잘난 홍보사에게 가지치기 당한 떨어지는 매체의 떨어지는 기자가 주절거린 생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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