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복 기자)정부가 의약계를 향해 사정을 칼을 들이댔다.
의약계의 리베이트 관행을 바로 잡아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림으로써 국제경쟁력을 키우겠다며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한데 이어 이번엔 범부처 차원의 단속 및 처벌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부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물론 검찰과 경찰 인력까지 망라한 ‘전담수사반’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구성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까지 공조키로 한 물론 두 기관 모두 자체적으로 조사를 펴고 있다.
한마디로 불법 리베이트로 걸리면 범부처 차원에서 말살(?) 시키겠다는 것.
이 같은 정부 발표에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일각에서는 ‘새삼스럽지도 않다’는 반응과 함께 정부가 정책을 잘못해 놓곤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자 업계에 책임 지우려는 ‘적반하장’격 행태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동욱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복지부에 약 100여건의 제보가 들어와 있는 상태로 이중에서 대형 문전약국과 도매상 등 15곳씩을 4월 한 달간 4개팀을 구성해 세밀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는 제약회사 관련 5~6건과 의사 100여명에 대한 자료를 보냈다”며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가 근절되면 제약사들의 비용구조가 달라져 저렴한 약 생산으로 인한 간접적인 약값 하락 및 장기적으로 R&D 활성화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 제약계 관계자는 “이미 진행돼 왔던 일이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데 정부가 ‘죽어라, 죽어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가 지금과 같은 시장을 조장해 놓고는 이제 와서 건보 재정이 악화되자 업계에 떠넘기려는 꼼수”라며 “이미 오래전부터 리베이트 관행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제시됐지만 모른 척 한 것이 정부”라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의 실질 약값은 스웨덴의 두 배, 프랑스의 1.3배, 일본의 1.2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돼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보험을 관리하는 정부가 약값 수준을 사실상 정해주면서 높게 책정해 왔다“며 ”약의 선택권이 의사에게 집중되며 제약사 간에 가격인하 경쟁이 아닌 리베이트 경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약값은 시장 경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동일한 성분과 효과를 보이는 수십여 종의 약을 가장 먼저 개발된 신약(오리지널 약)의 가격을 기준으로 해서 정부가 복제 약들의 판매 상한가(上限價)를 각 제약회사와 협상해 정한다.
오리지널 약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보호를 위해 복제약을 빨리 출시할수록 높은 가격을 인정해주는 인센티브 정책을 써왔다. 그러다보니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이 드는 오리지널 약에 비해 훨씬 저렴해야할 복제 약의 판매가격이 높아 건보재정을 악화시키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늘려온 것이다.
국회에 제출한 건강보험 재정 현황에 따르면 건보공단으로 출범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정부가 공단에 지원한 액수는 모두 34조1891억원에 이른다. 이 중 일반예산의 국고 지원금이 27조5696억원, 담배부담금이 6조6195억원이었다.
이 기간 중 공단은 장부상 6517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이 같은 정부 지원금을 빼고 나면 실제 적자액은 33조5374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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