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파주 운정신도시… 변질된 도시계획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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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0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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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사무소 없어지고 종교시설 들어서<br/>문화시설·공원·녹지면적 크게 줄어<br/>외국인 위한 국제화 웰빙단지도 무산

6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 교회 건축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당초 동사무소로 계획된 부지에 교회가 들어서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7일 오후 1시쯤 찾은 경기도 파주시 운정(교하)신도시. 지난 2009년 6월경 입주가 시작돼 조금씩 사람 사는 동네의 모습을 갖춰가는 중이다. 하지만 신도시 서쪽에는 넓은 부지가 아직까지 보기 흉한 공터로 남아있다. 이곳은 고급 주거 단지로 추진되던 '파주 국제화 웰빙단지'가 들어설 자리였다.

파주 국제화 웰빙단지는 면적이 25만9741㎡로 총 3800가구로 조성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사업 자체가 취소됐다. 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 때문이다. 파주 LG필립스 LCD단지와 협력단지 등에 장기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등을 끌어들여 운정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LH 관계자는 "국제화 웰빙 단지 조성 계획은 무산되고, 일반 공동주택 단지로 바뀌었다"며 "총 2개 블록의 택지 중 1개 블록을 인창건설이 분양 받아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운정(교하)신도시에서 없어진 건 고급 주거 단지 뿐만이 아니다. 동사무소·공원 등 공공시설도 크게 줄었다. 대신 교회·상업시설만 늘어나 당초 계획과는 색다른 도시로 조성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운정신도시에서 동사무소 등이 들어설 예정이던 공공청사 부지는 당초 18개소에서 현재 15개소로 감소했다. 면적 기준으로는 11만944㎡에서 3만5141㎡로 68%나 줄었다. 전체 신도시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2%에서 0.4%로 떨어졌다.

미술관·영화관·공연장 등이 들어설 수 있는 문화시설 용지도 당초 4만4441㎡에서 1만2881㎡로 크게 줄었다. 현재는 전체 면적의 0.1%에 불과하다. 공원과 녹지 면적도 소폭 감소했다. 보건위생시설 2만8776㎡도 사라졌다.

동사무소 대신 들어선 것은 교회다. 운정신도시의 종교시설 용지는 23개소에서 25개로 늘었다. 근린생황시설용지도 당초 4만553㎡에서 4만7926㎡로 증가했다. 이밖에 상업·업무용지, 하천, 도로 면적이 당초보다 늘었다.

동사무소 등 편의시설을 뺏긴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 동의도 없이 LH와 파주시가 마음대로 개발 계획을 변경해 큰 손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동사무소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교회로 용도 변경된 파주시 교하읍 와동초등학교 앞의 와동제일교회 건설현장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는 동사무소가 들어선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교회가 지어지고 있어 황당했다"며 "교회가 너무 많아 교하신도시가 아니라 '교회 신도시'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LH가 재정난 등으로 공공청사 부지를 전용해 현금이 많은 대형 교회들에 매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파주시는 당초 계획된 동사무소와 문화시설 등은 올해 말 완공 예정인 복합커뮤니티센터로 들어가게 돼, 기존 부지를 다른 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용도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운정신도시 개발계획은 사업 시행자인 파주시와 경기도, 교육청 등이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국토부의 승인을 받아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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