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진의 육조거리24시] '미친 등록금' 대책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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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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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대학가에 '등록금 투쟁' 열기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학기 초에 반짝하는 '개나리 투쟁' 정도로 인식됐던 것이 올해는 두 달 째 지속되면서 사회적으로 반향이 커지고 있다.

엄연한 자신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취업난에 시달리고 생활고에 바빠 선뜻 나서지 못했던 학생들까지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 '등록금 1000만원 시대'를 맞은 경각심에 한 마음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

수년간 열리지 않았던 학생총회가 잇따라 열리고 일부 대학에서는 점거농성과 수업거부 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투쟁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530여개 시민ㆍ학부모ㆍ지역단체들은 폭등하는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며 지난 2월 ‘등록금대책을위한시민·사회단체전국네트워크’를 결성, 온ㆍ오프라인 세상을 넘나 들며 대학과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학생들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일제히 투쟁 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등록금 때문에 좌절하고 일각에서는 스스로 목숨까지 끊는 비극이 벌어지는 등 문제의 심각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국립대와 사립대의 1인당 등록금 수준은 지난 10년간 각각 82%, 57% 급증했다.

국립대와 사립대 등록금은 2001년 각각 241만원, 479만원에서 2010년 444만원, 753만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의 누적 물가상승률이 31%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대학 등록금이 두 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사립대학 의학 계열의 등록금은 최고 1300만원에 육박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대학 등록금 추정치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등록금 수준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구매력 환산액 기준)다.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49위인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하면 '미친 등록금'이란 탄식이 나올법하다.

대학 등록금 문제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정부는 여전히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공약했던 '반값 등록금'은 결국 3년 만에 없었던 얘기가 되고 말았다. 궁여지책으로 취업 이후 소득수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출금을 갚는 든든학자금제도를 도입했지만, 정부가 예상했던 만큼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는 게 당국의 고민이다.

34만명에 달하는 대졸실업자와 2만5000명의 대학생 신용불량자라는 우리 사회의 불행한 현실은 학생들에게 미래의 부채를 감수할 용기조차 주저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한국대학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책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서 '반값 등록금' 실현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발의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5조5000억~6조원 정도의 예산을 마련하면 12조원 수준인 실질 등록금 총액의 절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결단을 하면 '반값'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매년 치솟는 등록금 인상만은 얼마든지 억제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충만해야 할 학생들에게 책 대신 깃발을 들게 하는 현실을 초래한 이들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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