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와 의회는 지난 8일(현지시간) 2011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시한을 약 1시간 남겨두고 합의를 이뤄내며 가까스로 정부 폐쇄를 모면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미 정부의 부채가 또 다른 예산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미 정부의 부채 상한 조정을 놓고 민주·공화 양당의 격돌이 예상된다며, 부채상한 조정을 두고 빚어질 ‘제2의 예산전쟁’을 해결하는 것이 오바마 정부의 다음 과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정부의 부채는 14조252억 달러로 의회가 정한 상한선(14조2500억 달러)에 육박해 백악관은 의회에 부채상한 인상을 촉구해왔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주 의회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정부의 부채가 오는 5월 16일 전에 상한선에 도달할 것이라며 협조를 요청한 바 있다.
만약 의회가 끝내 부채상한 인상에 반대해 미국의 국가채무가 상한선을 초과하면 미 재무부는 정부 운영 자금이나 만기상환 자금을 더 이상 조달할 수 없게 된다.
금융시장도 최악의 사태를 우려하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 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국채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채금리 상승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채권 금리를 띄어 올리는 등 파급력이 커 미약한 회복세를 띠고 있는 미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은 최근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정부와 기업들은 이미 경제 회복을 끝낼 수 있는 사건을 피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며 “(예산과 부채상한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이) 2008년과 같은 신용위기와 국채 금리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 상공회의소 콘퍼런스에서 “정부가 파산할 경우에 대비한 비상계획안을 마련했다”며 “만약 누구라도 (정부 파산을 불러올 수 있는) 행동을 취한다면, 이는 재앙과 같은 일이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부채상한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공화당은 정부 지출의 대폭 삭감은 물론 건강보험과 환경, 낙태 등에 이르기까지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온 상당수 정책의 수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화당의 젭 헨서링 의원은 이날 출연한 CNN방송의 한 대담프로그램에서 “미 정부의 디폴트 상황은 재앙과 같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이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려면 지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며 선결조건을 강조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자신의 신용카드를 잘라버려야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공화당이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큰 업적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의료보험개혁이다. 공화당은 메디케어(Medicare·노인 의료보장)와 메디케이드(Medicaid·빈곤층 의료보장)의 비용 부담 등을 문제삼으며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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