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내놓은 '최근 위안화 국제화 진전 및 글로벌 환경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위안화의 국제무역결제 규모는 2009년 하반기 35억9000만위안에서 지난해 하반기 4394억위안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규모가 급증한 것은 그동안 중국당국이 시범적으로 위안화 무역결제제도를 시행했던 것을 지난해 그 대상기업을 대폭 확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위안화를 국제 무역결제 화폐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 7월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달러화 파동을 경험한 중국은 재빨리 위안화 무역결제 허용안을 가다듬어 2009년 5개 대도시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16개 성(省)의 총 6만7359개 기업에 대해 수출시 위안화 결제를 허가했다. 종전까지 위안화 결제가 가능한 중국의 수출기업은 365개에 불과했다. 또한 인민폐(위안화) 무역결제 대상국가에 대한 제한도 전면 철폐했다.
전체 결제 대금의 80%는 중국 내 수입업체가 해외 수출업체에 지불하는 거래대금이다. 전체 수입결제액의 4.65%, 수출액의 0.44%가 위안화로 거래됐다. 위안화결제 상대국은 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화교경제권과 아시아 국가들이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위안화 무역결제가 탄력을 받자 앞으로 위안화 무역결제를 계속 확대, 무역을 촉진하고 투자의 편리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중국 건설은행(CCB) 관계자는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가 2015년이면 2010년의 160배인 3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화 무역결제를 통해 수출대금을 위안화로 받은 외국인들은 향후 위안화가치 상승을 기대해 현금성으로 통화를 보유하거나, 이를 이용해 위안화 표시자산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 금융시장을 완전개방하지 않고 있는 중국은 자신들의 주권 하에 있지만 본토 금융시장과는 독립적이며 국제금융센터로서 이미 자리를 잡은 홍콩을 투자처로 내세웠다.
지난해 홍콩에서는 보험과 증권 등에서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 판매가 허용되었고, 일부 금융기관은 중국 채권시장 참가가 가능하게 되었으며, 딤섬본드라고 불리는 홍콩 내 위안화 채권 발행도 좀 더 쉬워졌다.
이로써 해외 은행이 보유한 위안화 결제계좌도 2009년 3월 160개에서 지난해 9월 493개로 대폭 늘어났다. 홍콩 내 위안화 예금 및 채권 발행뿐 아니라 국제시장에서의 위안화 채권 잔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홍콩 내 위안화 예금은 지난해 1월 639억5000만위안에서 올 들어 1월 3706억4000만위안으로 4.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홍콩 달러와 미 달러화가 각각 8.7%와 11.3% 증가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홍콩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채권(딤섬본드)은 2009년 160억위안에서 지난해 356억8000만위안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딤섬본드의 평균 표면금리는 2.66%로 본토 발행 채권의 금리 4.48%보다 크게 낮으나 위안화 절상 기대심리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구성통화에 위안화를 추가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국제금융센터 이치훈 연구분석부장은 “전 세계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의 비중이 감소하고 위안화를 중심으로 한 기타통화 비중은 확대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다만 중국의 자본시장이 자유롭지 않고 아직까지 위안화의 태환성이 떨어지는 점 등으로 국제 통용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의 경제력이 부상하고, 또 위안화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아시아 국가들의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이미 중국은 지난해 1월 아세안국가연합(ASEAN)과 FTA를 맺었으며 이어 6월에는 대만과 FTA격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서명했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한·중 FTA를 서둘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한·중·일 FTA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아시아경제공동체가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쥐궈위(雎國余)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겸임교수는 “한중 경제협력의 방향은 한중 자유무역협정→한중경제공동체→한중일경제공동체→동아시아경제공동체→동아시아화폐결제단위통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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