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최근 들어 공급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수요측면으로 이동하고 있어 2분기 중에 추가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시장금리가 기준 정상화 기조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단계적 금리인상에 따른 시장 충격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 “수요압력 상승 우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속화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국의 2차 양적완화(QE2)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증가 △이상 기후에 따른 농수산물 작황부진 △북아프리카·중동(MENA)지역 정정불안에 의한 유가상승 등 공급측면 이슈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농수산물 가격이 안정을 되찾고 있고 MENA지역 정정불안도 해결의 단초가 생기며 공급압력은 2분기를 고점으로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유동성도 원자재에서 금융자산으로 선회하며 공급압력을 낮추고 있다.
문제는 인플레 압력이 공급압력에서 수요압력으로 전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총재는 12일 금통위 정례회의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코어(근원)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높지만 올해 말쯤 되면 역전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근원물가는 농산물과 유류 등 외부 충격에 의해 일시적으로 급등락하는 요인을 제거한 장기적인 기초물가지수를 말한다.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앞지른다는 것은 앞으로 서비스물가 등 수요측면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달 근원물가는 3.3%로 지난 2009년 8월(3.1%) 이후 1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근원물가는 지난해 11월 1.8%에서 12월 2.0%로 오른 뒤 1월 2.6%, 2월 3.1%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1월 3.3%, 12월 3.5%, 1월 4.1%, 2월 4.5%, 3월 4.7% 오른 점을 감안하면 근원물가 상승폭이 더욱 가파르다.
한은은 이날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에서 “소비자물가가 경기상승에 따른 수요압력과 고유가 등으로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수요압력 앞에 ‘경기상승에 따른’이란 문구를 추가해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국재원자재가격 및 농축수산물가격 상승’이란 표현은 ‘고유가’로 대체해 공급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은 줄어든 것으로 평가했다.
◆ 수요압력, 통화정책으로 ‘타겟팅’
수요압력은 공급압력과는 달리 한은의 통화정책으로 제어가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 이전까지의 기준금리 인상도 당장 물가를 낮추자는 의도보다도 사실상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줄이겠다는 목적이 컸다.
이에 따라 앞으로 물가상승세를 통제하기 위한 통화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예상된다.
김 총재가 이날 연말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앞지를 것이라고 말한 뒤 “금리는 항상 선제적으로 앞으로의 변화를 보고 올리며 금리 정상화 과정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고 말한 점도 통화당국의 의지를 드러낸 대목이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안정기조가 확고히 유지되도록 하는 데 보다 중점을 두고 운용할 것”이라며 ‘보다’라는 표현을 새롭게 추가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우리는 경제의 발전방향에 대해서 보고 간다”며 “‘보다’라는 것은 매우 미래지향적으로 우리가 보고 대처하겠다는 측면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이전까지 격월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온 점을 감안해 이르면 다음달, 적어도 2분기 중에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어차피 단기 물가 상승은 금리로 눌러 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한은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하고 있으며 이 조치가 나름 잘 먹히고 있기 때문에 징검다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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