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얼마 전 모 방송사가 숨겨진 장자연의 친필 편지라며 특종이라고 보도했다가 뒤늦게 오보라며 사과 방송을 한 적이 있다. 해당 방송사 취재팀이 자살한 장자연 씨의 친필 여부를 전문가에게 확인하고 특종 보도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재확인 결과 다른 사람의 서체를 베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서체 전문가의 말을 한 번쯤 의심해보고 제3자에게 맡겨 다시 재확인했다면, 방송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전문가의 안목을 너무 믿다가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처’ ‘사이언스’ 등 유명 저널에 게재되는 논문의 3분의 2가 제대로 검증하면 틀렸다. 의사들은 6번에 1번꼴로 환자를 오진하고, 오진의 약 절반은 ‘실제적인 피해’를 가져온다. 비만과 관련된 요인이 무려 3000가지인데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보통 그중 단지 한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다. 시장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확신하며 특정 금융상품을 권유하는 재테크 전문가들은 시장평균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적이 없다.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사는 우리는 수천 수만 개의 정보 중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취사선택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 수많은 정보 중에서 무엇이 옳은지를 골라낼 안목도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믿고 의지하는 전문가들이 과장된 거짓말을 강요하는 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왜 그들이 오류에 빠지는지, 그리고 우리가 더 신뢰할 만한 전문적인 조언을 찾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어떻게 해서 전문가들이 다양한 측정 오류의 희생물이 되는지, 또 그들이 심각한 오류를 범함으로써 허풍이나 심지어 노골적인 부정을 저지르는 사람으로 전락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들 간의 상호 교류가 흔히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보다는 오히려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힌다.
대중매체가 전문가들의 의심스러운 조언을 퍼뜨리고, 그것을 왜곡시킬 뿐 아니라 우리들에게 엉터리 조언을 접하게 하는 과정 등을 살펴본다. 끝으로 가장 의심스러운 전문적 조언과 타당성이 더 높은 조언을 구분할 수 있는 대략적인 지침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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