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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제3의 길을 묻다] '동맥경화' 걸린 한국경제… 가계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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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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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현재 한국 경제는 동맥경화에 걸렸다고 볼 수 있다.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 △기업투자 △일자리 증가 △가계소득 증가 △소비증가 △내수기업 성장의 선순환 고리가 깨진 것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일자리 증가다. 국내에서 새 먹거리를 찾기 어려워진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생산 효율성이 좀처럼 오르지 않다보니 고용과 임금을 삭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가계의 소비와 저축은 크게 제한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성장 잠재성을 떨어트리고 있다.

◆ 기업에 묶여있는 ‘돈’… 사라진 ‘낙수효과’

지난해 국내 10대 그룹들의 유보율은 1219.4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의 잉여금이 늘어난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해 상장사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는 등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돈을 안 썼다는 의미다.

국내 기업의 은행 예금은 지난 2월 말 현재 274조46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2% 급증했다.

기업의 예금 증가율은 지난 2007~2008년엔 10%를 밑돌았으나 2009년 들어 20%대로 뛰어오른 뒤 2년 연속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 잉여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이 같은 태도는 고용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가계의 성장을 제한, 경제 성장세의 맥을 끊게 된다.

기업이 투자 및 고용에 적극적이던 지난 2006~2007년엔 고용률이 60% 전후를 기록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완만하게 하락하기 시작해 올 2월에는 57.1%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국민의 소득분배를 나타내는 통계청의 5분위 배율은 지난 2007년 5.61에서 2009년에는 5.76으로 벌어졌다.

또 금융위기 이전 1~1.5%를 기록하던 민간소비 증가율도 지난해 1분기 0.5%, 2분기 0.7%, 3분기 1.4%, 4분기 0.3% 등으로 추락했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며 지난해 개인순저축률(최종소비지출/순처분가능소득)은 3.9%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 달러를 넘었음에도 저축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경기 회복과 임금 상승을 통해 국민 소득이 오르는 경기의 선순환 과정에서 이탈했다는 의미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은 “대기업들이 고용을 전략적으로 취하며 투자에 따른 고용 창출이 제한되고 있다”며 “소위 말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줄며 한국 경제는 고용없는 성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가계 '소득감소·부채증가·고물가' 3중고

가계를 괴롭하는 것은 소득 감소 뿐만이 아니다. 물가 상승과 부채 증가 역시 가계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최근의 물가 고공행진은 일반 가계, 특히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소득계층별 물가상승률을 비교하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소득 하위 10%의 물가상승률은 4.1%에 달했다. 반면 최고 소득층은 3.2% 오르는 데 그쳐 0.9%포인트의 차이가 있었다.

저소득층일 수록 의식주와 관련된 소비지출이 많고, 고소득층의 경우 선택적 소비품목에 대한 지출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가계부채도 문제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795조4000억원. 가계소득보다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화당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지고 소비와 저축은 자연스레 감소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경제의 고용흡수력이 약해져 가계가 나눠갖는 임금소득의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자영업자 역시 대형·전문업체 등장과 온라인 구매 등의 영향으로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퇴출당하는 처지”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어 “가계의 부채가 자산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가계저축률이 하락하면 경제 정책 운영이 어려워지고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미국 같은 금융위기가 터지거나 일본 같은 ‘저성장·저물가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필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사회분위기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령화 등의 구조적 요인과 겹쳐 저성장 기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를 활성화 하기 위해선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가계의 소득을 높여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임금 상승률보다 7.8%포인트 높았으며, 임금상승 압력은 1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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