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란 배양 방식보다 효과적…해외시장도 공략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국내 주요 제약회사들이 차세대 독감 백신으로 불리는 세포배양 방식 백신 개발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국내 1위 백신업체인 녹십자는 물론 일양약품, SK케미칼, LG생명과학이 세포배양 백신 생산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시장 선점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각 제약사는 백신공장을 새로 짓거나 기존 백신공장에 세포배양 백신 설비를 도입해 세포배양 백신을 생산할 계획이다. 백신의 국내 출시 시기는 이르면 2013년이 될 전망이다.
◆ 일양, 공장 준공…SK·LG 준비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제약사는 녹십자다. 녹십자는 이미 지난해 세포배양 방식 백신의 핵심기술인 세포주를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녹십자는 연구비 5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세포배양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09년 완공한 전남 화순시 백신공장에 세포배양 백신 설비 시설을 새롭게 갖추고 2014년쯤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백신 생산 분량은 연간 최대 5000만 도즈 수준이다. 1도즈(DOS)는 1명이 1회 접종받을 수 있는 분량이다.
일양약품은 지난 11일 충북 음성군 금왕산업단지에서 백신 생산공장 준공식을 갖고 독감 백신 사업에 진출했다. 연간 최대 물량은 6000만 도즈 수준이다.
일양약품은 앞으로 이 공장에서 세포배양 방식 백신도 생산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일양약품은 대만 백신 전문기업 메디젠과 손잡고 백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SK케미칼도 올해부터 2013년까지 1195억원을 투입해 경북 안동시 경북바이오산업단지에 연간 1억4000만 도즈를 생산할 수 있는 백신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안동 백신공장에는 유정란 방식은 물론 세포배양 방식 백신 생산설비가 함께 갖춰질 예정이다.
일양약품과 SK케미칼 모두 2013년, 늦어도 2014년에는 세포배양 백신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LG생명과학은 최근 미국 노바백스와 세포배양 독감 백신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충북 오송캠퍼스에 대규모 세포배양 독감 백신 설비를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노바백스의 세포배양 백신은 미국에서 임상 2상시험 완료단계에 있는 제품으로 2013년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이뤄질 전망이다. LG생명과학은 오는 2014년 이 제품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 해외 백신시장 진출 준비
국내 제약사들이 추진 중인 세포배양 배양 방식 백신은 유정란 배양 방식에 비해 생산기간이 절반 이상 짧고 조류 인플루엔자(AI)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달걀을 배양 숙주로 이용해 백신을 만드는 유정란 방식은 백신 생산까지 총 6개월 정도가 걸리는 데 비해 세포배양 백신은 동물세포를 이용하며 생산기간이 2~3개월에 불과하다.
유정란 방식은 AI가 발생하면 닭, 오리 등의 가금류가 집단폐사할 가능성이 높아 달걀 공급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반면 세포배양 방식은 유정란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대유행 시에도 신속하고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세포배양 방식은 배양시설이 복잡하고 유정란 방식보다 백신 제조원가가 높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국내 제약사들이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세포배양 방식에 나서고 있는 것은 세계 백신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내가 아닌 세계 시장을 노린 투자라는 분석이다.
세계적으로 독감 백신 시장은 2009년 기준으로 42억 달러에 달하며 연평균 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새로 완성한 백신공장은 국내에 백신을 원활하게 공급하는 동시에 백신 접근성이 낮은 해외 국가들에 수출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외 진출 뜻을 분명히 했다.
녹십자 관계자도 “지난해 독감 백신을 남미에 수출했다”며 “이 경로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남미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 세포배양 백신을 수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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