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 이씨(34세·경기)는 지난달 수입차 A사의 고객 시승행사에 참가신청 했다. 꼭 이 차종을 사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이벤트인 만큼 부담없이 관심 차종을 타 보고 싶었던 것.
하지만 부담이 없으리란 건 그의 착각이었다. 통화한 딜러는 판촉 활동에만 여념이 없었다. 빨리 와서 차를 보라는 말과 함께 구매 혜택을 반복해서 설명했다. 그는 결국 시승 자체를 포기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부담스러운 전화는 3차례나 이어졌다. 회사 홈페이지나 언론보도만 믿고 연락갔다가 괜히 개인정보만 넘긴 셈이다.
이 얘기를 들은 기자도 이달 초 B사의 비슷한 시승행사를 신청해 봤다. 이 곳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듯 했다. 별 부담없이 시간과 장소를 예약했다.
이튿날 전시장을 찾았다. 신청서를 작성한 후 전시장을 중심으로 한블록을 끼고 5~10분 가량 운전해 봤다. 하지만 동승한 딜러는 기자가 실제 구매의사가 없다는 걸 안 뒤부터 흥미를 잃은 듯 했다. 그의 심드렁한 태도에 괜스레 미안해졌다.
“사실 시승은 구매 전단계에서 모든 고객이 할 수 있어요. 전시장마다 이를 위한 시승차가 있고요. 시승행사 자체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 딜러의 말이다.
그 뒤 기자에게도 종종 딜러의 안부문자와 각종 구매혜택에 대한 안내 문자가 온다. 기자 또한 스팸 아닌 스팸 메일을 받게 된 셈.
실적이 곧 월급인 딜러의 다급한 심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실제 구매를 고민하고 있는 고객이라면 굳이 시승행사가 아니라도 언제든 찾아가서 시승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 전시장에는 이를 위한 시승차가 배치 돼 있다.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고객 시승행사라면 누구나 편하게 시승하고 차를 즐길 수 있는 자리여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귀찮아 하는 텔레마케팅, 방문판매와 다를 바가 없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