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체감물가 상승은 앞으로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만큼 돈 쓰기가 두렵다는 얘기다. 지금의 물가상황은 주로 3년전인 2008년과 자주 비교된다.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적 변수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급등했다는 점이 닮아있다.
하지만 물가 관련 지수가 2008년 보다 훨씬 낮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심리가 높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3년전보다 낮은 통계치
2008년 당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7월 5.9%로 정점을 찍고 8월 5.6%, 9월 5.1%, 10월 4.8%, 11월 4.5%를 기록하면서 5개월 연속 떨어졌다. 이에 따라 2008년 연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대비 4.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만에 최고치로 IMF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7.5%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반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7%를 기록했다. 물론 상승률 자체가 전년 동월과 비교한 수치라는 점에서 2008년과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수치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불안심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당시 물가 변동폭이 매우 컸다는 점도 지금과 확연히 다르다. 연평균 2.5% 수준에 머물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1분기에는 3.8%, 2분기에는 4.8%까지 올랐다. 이어 7월에는 최고치를 찍었다가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11월에는 4.5%로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4.1%, 2월 4.5%, 3월 4.5%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유가도 마찬가지다. 2007년 평균 68달러에 머물렀던 유가는 2008년 7월 배럴당 150달러를 위협할 정도로 폭등했다. 이에 따라 물가도 출렁였고 심각한 소비위축을 초래한 바 있다.
당시에는 유가와 물가의 변동성이 크다는게 문제가 됐지만 지금의 물가상황은 기대 인플레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 3월 소비자동향지수'에 따르면 3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SI)는 98로 전월보다 7포인트 추락했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을 밑돈 것은 200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전월대비 하락폭도 2008년 10월(8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3년전보다 경제상황에 대한 서민들의 인식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 자체는 크지 않아도 상품 가격 자체가 증가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실 선임연구위원은 “물건가격이 100원에서 105원으로 오르면 5% 증가한 것이지만 가격이 그대로 100원이 유지된다면 상승률은 0%”라며 “소비자들은 상승률을 보는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여전히 많은 돈을 지불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체감도가 내려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 체감물가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이처럼 물가에 대한 서민 체감도가 가라앉지 않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전문가들은 경기회복 단계에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리이상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금리가 여전히 낮은 상태고,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려있어 상대적으로 돈의 가치가 낮다는 것. 김 연구위원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있는 상태고 경기가 회복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수요압력이 축적되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정상화 될때까지 기대 인플레는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지수는 2007년말 108.3을 기록했다가 차츰 오르다가 지난 3월 현재 123까지 올랐다. 기대 인플레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 상승 등 공급측 물가상승 압력이 가공식품과 개인서비스 등 수요측 요인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의 물가상황을 보면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는 등 가공식품과 이·미용료 등 개인서비스 상승세로 확산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때문에 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물가상승 체감도는 더욱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 급등, 국제 곡물가 및 원자재가 상승 등 대외적 요인이 물가를 압박한다는 점에서는 3년전과 비슷하지만 당시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상승 정도가 3년전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2008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올라갔을 때 휘발유 가격과 현재(배럴당 110달러 정도)의 휘발유 가격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정유사 담합 등 정부가 좀 더 시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고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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