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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건설사도 못버텨”..위기의 건설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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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4-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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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 건설사도 못버텨”..위기의 건설 공포 확산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의 잇단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바라보는 건설업계의 표정에는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절박한 위기감이 진하게 배어 있다. 대규모 공사에서 가장 일반적인 유형의 자금 조달 수단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둘러싼 안팎의 환경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수천억원에서 수조원까지 PF 대출을 안고있는 중ㆍ대형 건설사들도 된서리를 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진은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낡은 판자촌인 헌인마을을 최고급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던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현장의 17일 모습./사진:연합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추가로 버티지 못하는 회사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삼부토건[001470]과 동양건설산업의 잇단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을 바라보는 건설업계의 표정에는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절박한 위기감이 진하게 배어 있다.

대규모 공사에서 가장 일반적인 유형의 자금 조달 수단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둘러싼 안팎의 환경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수천억원에서 수조원까지 PF 대출을 안고있는 중ㆍ대형 건설사들도 된서리를 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룹 계열 건설사부터 흑자 경영을 해온 중견 건설사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좌초하는 현실은 이러한 위기 의식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5개월간 6개 건설사 '병원行' = 17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기업 가운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모두 29개사에 이른다.

상위권 건설사 3곳 중 1곳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는 실태도 가슴을 서늘하게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최근 들어 건설사들이 무너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불과 5개월도 안되는 기간에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업체가 6곳이나 된다.

'동일하이빌'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유명한 동일토건(49위, 이하 시공능력평가순위)이 주택경기 침체에 발목을 잡혀 작년 말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 발단이었다.

해를 넘기자 상황은 더 악화됐다. 지난 2월 워크아웃이 진행되던 월드건설(73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효성그룹 자회사인 진흥기업[002780](43위)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

진흥기업은 워크아웃 신청을 전후해 두 차례나 부도 위기에 몰렸다가 그룹의 지원 등으로 겨우 최악의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3월 들어서는 LIG그룹 소속인 LIG건설이 8천900억원대 규모의 PF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해 진흥기업에 이어 그룹 소속사도 안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합계 4천270억원의 PF 대출에 발목이 잡힌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이달 12일과 15일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공포감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삼부토건은 국내 최초의 토목건축공사 면허를 취득한 63년 전통의 중견 건설업체이고 동양건설산업도 보수적이고 안정된 경영으로 17년 연속 흑자를 자랑한 견실한 회사로 정평이 나 있었기 때문에 업계에 미치는 충격파는 더욱 큰 상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현재 건설업은 실적이 없는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라 건설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건설사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며 "건설산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 만기 PF 25조원…대형 건설사도 빚더미 = 문제는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이 건설업 위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기업평가[034950]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PF 대출은 모두 25조원 규모로 이 중 13조8천억원(35개 건설사)의 만기가 2분기에 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다음달이나 6월 사이에 또다시 PF 대출을 갚거나 연장하지 못해 쓰러지는 건설사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주요 건설사들이 보증한 PF 대출 잔액은 대우건설[047040] 3조8천억원, SK건설 2조5천억원, 롯데건설 2조3천억원, 한화건설 2조1천억원, 현대건설[000720] 1조7천억원, 남광토건[001260] 1조5천억원, 두산건설[011160] 1조4천억원, 한라건설[014790] 1조4천억원, 쌍용건설[012650] 1조1천억원 등으로 상당수 업체들이 1조원을 넘는 PF 부담을 안고 있다.

물론 PF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거나 현금 보유액이 많아 대출을 갚을 여력이 있는 회사들로서는 큰 문제가 안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회사들이 많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주택경기 침체 장기화, 공공공사 발주량 감소, 중동사태와 일본 대지진에서 비롯된 대외 환경 악화 등의 '3중고'에 시달리는 건설업계에서는 저축은행 사태로 금융권이 예전보다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돈줄'을 바짝 죄는 일이 더욱 큰 충격파로 전해져 올 수밖에 없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하느라 다 지쳐있는 시점인데 은행에서 금융 압박이 들어오니까 더 버틸 힘이 없어진 상태다"며 "특히 주택사업 비중이 매출액의 40% 이상 되는 중견업체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전했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면서 너도나도 아파트 건설에 앞장섰던 업체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분양 적체로 자금 회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벌려놓은 PF 사업을 착공조차 하지 못해 속속 무너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또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올해 2,3분기 안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PF 대출이 많다. 은행들이 대출을 회수하거나 추가 담보를 요구하면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우량 건설사 몇 곳을 빼면 엄청난 부담을 떠안을 것"이라며 "심지어 사채시장을 기웃거리는 회사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사태처럼 저축은행들이 무리한 PF 대출금 회수에 나선다면 PF보증이 많은 대형 건설사도 안심할 수 없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까지 만기연장에 호의적이던 저축은행이 금융당국의 제재수위가 높아지면서 무차별적인 회수에다 추가 담보까지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제아무리 10대 건설사라 해도 자금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멀쩡한 회사도 '유탄'..피해 잇따라 = 건설업계의 '줄도산' 공포감이 퍼지면서 직접 관련이 되지 않았는데도 엉뚱한 피해를 입는 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동양건설산업의 워크아웃 신청설이 퍼진 지난 12일부터 이 회사와 이름이 비슷한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덩달아 주가하락을 경험했다.

동양그룹 계열 동양메이저[001520]가 건설부문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동양건설산업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도 동양메이저 등 계열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떨어진 것.

최근 들어 건설사들의 PF 대출이 부실의 상징인 것처럼 여겨지면서 사업의 내용은 따지지 않고 거액의 PF 대출에 보증을 서준 업체를 무작정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경향도 생겼다.

코오롱건설[003070]은 경기 평택의 아파트 분양 사업에 5천억원대의 PF 대출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하루 만에 4천300원에서 3천800원으로 급락하고 분양에 차질을 빚는 등 피해를 겪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총 PF대출 규모가 3천100억원인데 1개 사업장에서만 5천억원이 넘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그나마 사업이 다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PF인데 전반적으로 좋지 못한 업계 사정 때문에 엉뚱하게 오해를 샀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여기에 PF 대출 만기를 맞아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기관들이 무조건 자금을 회수하거나 무리한 추가 담보를 요구하고 있어 냉가슴을 앓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저축은행 사태까지 터지면서 건설기업들이 무리한 사업장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하는 등 자구 노력을 많이 했는데도 시장 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며 "그동안 은행들이 사업성 검토를 하지 않고 건설사 지급보증만 보고 무조건 PF 대출을 해준 것도 문제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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