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김태경 노조위원장이 지난 10년 동안 자택에서 보관하고 있던 사훈석(社訓石)을 제자리로 복원한 후 사훈석 옆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지난 주 현대오일뱅크(대표 권오갑) 대산공장 본관 앞마당에서는 의미있는 작업이 진행됐다. 10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근면, 검소, 친애’의 현대 사훈(社訓)이 새겨진 표지석이 다시 제자리로 복원 된 것.
무게 6톤, 가로 2m, 세로 1m, 둘레 5.7m크기의 이 사훈석(社訓石)은 지난 1997년 현대그룹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 세워졌다.
하지만 이 사훈석은 세워진지 5년만인 지난 2002년에 자취를 감췄다. 외환위기 이후 현대오일뱅크가 그룹에서 계열 분리되고, 외국계 대주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사라진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임직원들은 사훈석이 보이지 않자 경영권이 변경되면서 폐기된 줄만 알고 있었고, 어느 누구하나 이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로부터 약10년, 현대 정신을 간직한 사훈석은 이 회사 노조위원장의 숨은 노력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외국계로 경영권이 넘어가 그대로 폐기되거나 땅속으로 묻힐 위기에 처한 사훈석을 노조위원장이 사비까지 털어 밤새 자신의 집으로 옮겨 놓았던 것.
김태경 노조위원장은 현대중공업이 다시 외국계로부터 회사를 되찾아 오자 그동안 자신의 집에서 보관해 오던 사훈석을 회사에 기증했다. 10년의 세월에도 보존 상태가 양호해 별도 보수작업 없이 다시 제자리에 복원됐다.
김태경 노조위원장은 “비록 경영권이 외국계로 넘어갔어도 오일뱅크의 뿌리인 현대 사훈석이 그냥 버려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며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집에서 보관해 둔 사훈석을 다시 복원할 수 있게 되어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은 10년만의 귀환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직원은 “사훈석이 사라졌을 때 외국계 기업이 된 것을 실감했었는데, 잃어버린 사훈석을 다시 보게 되니 현대중공업 가족으로서 자부심이 느껴진다”며 “노조위원장이 아무도 모르게 보관해 왔다는 사실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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